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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여자김작가 Mar 01. 2019

비 오는 날

(feat. 결혼하면 잘 산다)


 4개월 전 우리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오가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결혼과 관련된 수많은 속설을 몸소 체험한 건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남들 결혼할 때는 흘려듣던 속설들이 내 결혼을 앞두고는 왜 그렇게 머리에 콕콕 새겨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평소 미신을 잘 믿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믿거나 말거나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괜히 찜찜했다. 좋은 일 앞두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는 어른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새 4개월이 지나 결혼을 코앞에 두고 생각해보니 나의 결혼 준비에는 수많은 속설들이 녹아들어 있었다.


 첫 번째, 부케.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시집을 못 가면 3년 동안 결혼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내 생에 첫 부케는 26살. 아는 언니의 결혼식장에서 처음 부케를 받았다. 물론 6개월 안에 시집을 못 갔고 3년 동안 못 간다는 말이 무서워 본의 아니게 '부케 연장'을 했던 기억도 난다. 부케 연장이라 함은 부케를 계속 받음으로써 결혼이 유효한 6개월은 연장해 나간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부케 받을 일이 많았던 나는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의 부케를 받으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3년 안에 못 갈 거라고 어렴풋이 생각했던 거 같다. 그래서일까. 내 부케는 꼭 시집갈 친구에게 주고 싶었다. 그 친구만큼은 이 미신의 무게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친구들의 절반은 이미 결혼을 했고 남은 친구들 중, 오래 연애를 하고 있는 대학교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얼마 전 부케를 받기로 한 친구는 내 결혼식 이틀 전, 상견례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다행히도 친구가 부케를 받고 6개월 안에 시집을 갈 것 같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두 번째, 결혼 날짜. 예식일을 정하는 데도 다양한 속설들이 존재했다. 음력 2월과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있는 달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달에 두 번의 경조사가 있으면 복이 나뉜다는 말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니 그걸 미리 배려했을 수도 있다. 또한 신랑 신부의 사주를 넣고 좋은 날을 받아 날을 잡는다. 물론 집안마다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가타부타할 수 없다. 나의 경우는 양가 집안 모두 이 속설들을 믿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아니라면 잡음이 나올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결혼 날짜를 잡는 것부터 뭐 하나 쉽게 정해지지 않는 결혼이라 왜 결혼을 둘만의 문제가 아닌 집안의 문제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황금연휴에 날을 잡아 친구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세 번째, 결혼을 앞두고 다른 경조사에 참석하면 안 된다는 속설. 결혼 준비하면서 가장 나를 신경 쓰이게 하고 속상하게 했던 속설이 아닐까 싶다. 나보다 먼저 날을 잡은 친구의 결혼식을 가면 나의 복을 가져간다느니, 신랑에게 좋지 않다느니 다양한 이유로 양가 어른들부터 한 마디씩 하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실제로 친한 친구가 한 달 전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문제로 신랑과도 많이 다투기도 했다. 나에게는 미신도 중요하지만 친구의 결혼을 축하해주는 일도 중요했다. 의외로 나와 같은 문제로 속앓이를 하는 신랑 신부들이 많았다. 결국 나는 신부대기실에서 친구와 사진 찍고 인사만 하고 결혼식장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나중에 친구는 서운했다고 말했고 나 또한 마음이 좋지 못했던 건 사실이다. 사람도 마음도 참으로 어렵게 만드는 결혼이다.    


 결혼을 이틀 앞두고 있으니 지난 4개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처음이라서, 한 번뿐이라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 마음처럼 뜻대로 잘 안 되는 게 결혼 준비더라. 날 좋은 날, 나를 보러 오는 하객들조차 뭐 하나 불편함 없이 다녀갔으면 하는데, 일기예보상으로 강수량 80%다. 황금연휴에 결혼하는 것도 미안한데 비까지 온다니 마음이 심란하다. 눈 오는 날 결혼하면 부자가 되고 비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다고들 하는데, 나 아주 많이 잘 살 수 있으려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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