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나의 결혼식. 그날을 위해 참으로 열심히도 달려온 것 같다. 상견례를 하고 4개월이란 시간 동안 예식장을 잡고 신혼여행 준비를 하고 결혼반지를 맞추고 웨딩촬영을 하는 등 한 번 뿐인 결혼이기에 더 야무지게 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결혼식 당일 새벽, 예식장에 도착해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으면서도 그저 재미있는 놀이를 하는 것만 같았다. 신부대기실에서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면서 웃고 사진 찍는 시간이 좋았다. 떨릴 줄 알았는데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30분은 걸린 결혼식이 내 기억 속에는 고작 3초만이 남아있다. 눈을 감았다 떠보니 나는 유부녀가 되어 있었다.
주위 친구들이 결혼식을 끝내고 나면 하나같이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고 말하는 게 백번 이해가 되었다. 헤어도 좀 더 깔끔하게, 드레스도 좀 더 야무지게, 신부 입장도 더 천천히, 남편과 퇴장할 때도 더 예쁘게... 더 잘하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친구들이 찍어 준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진 29분 57초의 행방을 찾았다. 모든 게 처음이라 실수의 연속이었지만 나의 결혼식을 되새기는 일은 참으로 설렜다. 한번 더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처음 하는 결혼식은 아닐 테니까, 어쩌면 한 번만 할 수 있는 결혼이라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순식간에 2주가 흘렀다. 그 사이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끝내고 바리바리 이바지 음식을 싸들고 시댁도 다녀왔다. 새신부처럼 고운 한복을 입고 이바지 음식을 가지고 시댁을 가는데 마음이 좋으면서 좋지 않았다. 내가 결혼을 했구나 실감이 나서 좋았는데 결혼을 진짜 했구나 기분이 들어 좋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이중적이고 참 간사하다. 이바지 음식을 준비한 친정엄마의 마음이 느껴져서 고맙고 미안했다. 가져간 음식을 너무 기쁘게 받아주고 며느리를 위한 상다리 부러질 것 같은 밥상을 차려주신 시부모님께도 감사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마음과 마음이 오고 가고 어우러지면서 가족이 되는 중인가 보다. 결혼은 둘이서 연애하는 것과는 다른, 가족과 가족의 만남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결혼식은 내 기억 속에서 3초 만에 끝났을 지라도 앞으로 내 결혼생활은 한순간 한순간 야무지고 소중하게 잘 기억해보려 한다. 때때로 마음과 마음이 다양한 모양과 생김새로 다가와 나를 자극시키더라도 현명한 유부녀가 되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