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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여자김작가 Feb 11. 2019

나의 장래희망

(feat. 나도 여자랍니다)



 어릴 적 엄마가 ‘커서 뭐가 될래?’ 라며 가끔 묻고 했는데, 초등학교를 다니고 난 후에서야 그 질문이 ‘장래희망’을 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커서 뭐가 될래?’라고 물어볼 때는 대통령도 되겠다, 연예인도 되겠다, 선생님도 되겠다, 그때 그 순간의 느낌과 기분대로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장래희망을 물어볼 때는 쉽게 대통령, 연예인, 선생님이란 단어를 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왠지 장래희망이라고 물어보면, 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두려움이 먼저 들곤 했으니까.


 그렇게 일 년 이년 흘러가다 보니 어느새 서른이 넘어있었고 우연히 누군가 장래희망을 물었을 땐, 이미 머리가 하얘진 뒤였다. 다 큰 성인한테 장래희망을 물어볼 일이 없다 보니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대학 졸업한 후에도 내 삶 속에는 장래희망 대신 '어디 취직했니?' '무슨 일 하니?'라는 질문만 가득했을 뿐이다. 학창 시절에는 취미, 특기만큼 고민했던 것이 장래희망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 인생에서 장래희망은 사라지고 이력서에 쓰일 한 줄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장래희망이 직업만을 묻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꼭 뭐가 되고 싶다고만 생각했을까. 장래에 어떠어떠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도 장래희망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의 장래희망이 궁금해졌다. 남들이 다 하니까 대학 가고 직장 다니고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을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단하고 화려하고 멋질 필요 없는 나의 진실된 장래희망, 그 속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꼭 무언가 되지 않아도 내가 그리는 상상의 모습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그런 설렘을 오랜만에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정답을 조금씩 찾아갔다.


 그동안 나도 몰랐던, 어렴풋했던 나의 장래희망은 다름 아닌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는 것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구식같이 느껴질지라도 어릴 때 인형 놀이하면서 엄마 역할만 고집하던 내 모습이 참 행복했고 많이 그리웠던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 나의 가정을 꾸리고 나와 그를 반반 닮은 자식을 낳아 지지고 볶고 사는 게, 나의 오랜 장래희망이었나 보다. 여러 가지 상황들로 뒤로 밀리고 밀려 잠시 나의 기억에서 사라졌을 뿐,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참 다행이다. 앞으로 장밋빛 인생만 있겠냐마는, 사는 게 힘들고 지치고 빠듯할지라도 기꺼이 오랜 장래희망을 향해 걸어가 보려 한다. 문득, 당신의 장래희망은 무엇입니까. 묻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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