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내 맘 같지 않은 인간관계)
흔히, 결혼하고 나면 인간관계가 한번 정리된다는 말을 듣곤 했다. 기쁜 마음으로 청첩장을 만들고 나니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누구에게 어디까지 청첩장을 줘야 할까. 일단 생각나는 이름들을 써 내려갔다. 하나 둘 쓰다 보니 나의 인간관계가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 내 삶 속에 깊이 들어와, 당연히 올 사람들. 이들의 이름을 한 자 한 자 쓰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지어졌다. 34년 동안 꽤 많은 사람과 연을 맺고 살아왔다. 그중에서도 취향이 맞아서, 말이 잘 통해서, 편안해서, 배울 게 많아서 등 다양한 이유들이 더해져 관계를 맺고 있는 나의 지인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제법 잘 살았구나, 나도 꽤 사랑받는 사람이구나. 느끼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연락하면 나의 결혼을 반가워할 사람들. 학교 다닐 때, 직장 다닐 때 마음이 맞아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 중에도 각자의 삶이 바빠 일 년에 한두 번 연락할까 말까 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만남의 간격은 결코 친하지 않아서, 마음이 가벼워서가 아닌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사이. 그래서 언제든지 연락하면 반갑게 맞아줄 걸 알고 있는 그런 나의 사람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도 언제나 까르르 웃으며 함께 했던 옛 시간들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할 걸 잘 알기에.
세 번째, 연락조차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는 사람들. 사실 이런 관계의 사람들은 연락을 할 필요조차 없는 관계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어렵다. 당시에는 최소한의 친분이 있어 경조사를 챙겨줬던 사람들, 그러나 지금은 서로 SNS 댓글조차 눈치 보며 달지 않는 사이가 이에 해당된다. 언젠가 먼저 시집간 친구가 그랬다. 내가 경조사를 챙겨줬으면 너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연락해서 싫어할 사람 없을 거라고. 하지만 분명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다. 5만 원이 아쉬워서 연락을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5만 원 때문에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을 뿐이다.
흔히들 말하는 첫 번째 인간관계가 정리될 그 타이밍. 지금이 그때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