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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산여자김작가 Feb 06. 2019

배낭의 의미

(feat. 취미생활의 두 얼굴)


 2년 전부터 지금까지 정말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마저 기꺼이 좋을 만큼 빠져있는 나의 취미, 백패킹. 배낭 안에 생존을 위한 텐트, 침낭, 매트, 랜턴, 식수 그리고 음식까지 차곡차곡 넣어 둘러메고 산을 오르는 것이 참으로 설렜다. 그동안 나의 취미생활들은 오래가지 않고 잠깐 반짝이며 바뀌었기 때문에 큰돈을 들이지 않고 즐기는 데 의의를 뒀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취미는 (물론, 장비를 사기 위해 돈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땀 흘린 뒤 산 정상에서 먹는 라면이 너무 맛있고 산 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5시면 눈 뜨는 나의 부지런함도 좋다. 그렇게 매주 금요일 퇴근박을 시작으로 주말 1박 2일 백패킹을 열심히도 다녔다.


 그러다 1년 전 지금의 남자 친구를 만났다. 백패킹에 빠져있는 나에게 백패킹을 함께 할 수 있는 그 남자는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다. 틈만 나면 함께 산을 오르고 섬을 찾아가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여름에는 계곡이 있는 곳에서 텐트를 치고 겨울에는 눈이 쌓인 산 위에서 썰매를 탔다. 자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새벽에 텐트 밖으로 나오기라도 하면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멍 때리는 시간마저 너무 좋았다. 그렇게 우린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특별한 데이트를 이어 나갔고 평생 함께 텐트 치고 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날을 잡고 본격적인 결혼 준비를 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나의 취미생활은 일 순위가 되지 못했다. 평일에는 회사일로 준비를 할 수 없는 터라 주말마다 남자 친구와 만나 예식장을 잡고 예복을 맞추고 반지를 하며 준비를 하다 보니 두 달째 제대로 산에 가지 못했으니 말이다. 배낭을 메는 것조차 이제 어색하게 느껴지니 그토록 좋아하던 나의 취미생활은 ‘결혼’이란 것에 의해 제대로 뒤로 밀린 셈이다.


 지금도 이러하니 결혼을 하고 난 후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백패킹을 할 수 있을지 새삼 궁금해진다. 각종 경조사에, 시댁 일에 친정 일에 다양한 이유로 나의 취미생활이 뒤로 밀려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취미를 함께 공유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에게 설렘을 만들고 연인이 되게 하고 평생을 함께 하도록 만들었는데, 정작 결혼을 하려고 하니 취미생활을 전처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이러니할 따름이다. 함께 배낭을 멘다는 자체만으로도 설렜던 우리는 인생을 함께 할 준비를 하기 위해 배낭을 잠시 내려놓는 거라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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