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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한 Nov 01. 2020

지금 당장 시작해 봅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입금된 24만원

가정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계좌가 하나씩 있습니다. 이 계좌에는 매일 자정에 24만 원이 입금됩니다. 이 돈은 어떤 방식으로도 현금화시킬 수 없습니다. 오직 계좌에 연결된 체크 카드로만 소비가 가능합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것은 잔액이 얼마가 남아있던 오늘 하루가 끝나면 계좌의 잔고는 0원이 됩니다. 남아있는 모든 돈이 회수되는 거죠. 그리고 또 한 가지 조건은 이 계좌 말고는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모든 수입과 지출은 이 계좌를 통해서만 일어납니다.

여러분이 이 계좌의 소유주 라면 어떻게 사용할까요? 저라면 매일매일 잔액을 남기지 않고 다 쓸 것 같습니다. 물론 다음날이면 24만 원이 충전되겠지만 어차피 없어질 것이라면 안 쓰는 것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24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에 대해서 어떻게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집을 마련하는 일의 경우에는 하루 만에 사라지는 24만 원으로 도저히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집을 짓는 방법을 택할 것이고 집을 짓기 위해 필요한 자재를 알아보고 내가 매일 쓸 수 있는 예산안에서 조금씩 사서 모아둡니다. 매일 조금씩 집을 지어 나가는 것도 좋겠네요. 집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 또 내가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준비하기 위해서 내게 가용된 24만 원을 어떻게 분배해서 사용할지 고민할 것 같습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24만 원은 시간을 의미합니다. 시간이 자산관리, 인적관리 등의 일반적인 관리 대상과 다른 점은 '일반성'과 '휘발성'입니다. 일반성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지속적으로 제공된다는 의미이고, 휘발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소비되고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시간 관리 관점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중요한 포인트들이 이 두 가지 특성 안에 숨어 있습니다.

수 백억 대 자산가든 최하위 빈곤층이든 똑같이 24시간을 받습니다. 내일이 되면 내가 죽지 않는 한 24시간을 고스란히 다시 받습니다. 이 특성은 우리에게 하여금 시간이란 무한히 부여되는 자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 하지 뭐'라는 생각이 들곤 하죠. 매일 당연하게 받다 보니 너무 풍족하고 그렇기에 가치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휘발합니다. 어제의 오후 1시와 오늘의 오후 1시는 같은 시간으로 인식됩니다. 하지만 2021년 1월 1일 오후 1시는 오직 그 시점에만 존재하며 그 지점이 지나면 영원히 사라집니다. 시곗바늘, 날짜, 요일, 월 등 시간을 지칭하는 개념들은 시간이 원형으로 반복해서 돌아오는 존재라고 인식시킵니다. 하지만 시간은 일직선으로 펼쳐진 일방통행의 수평선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넷플릭스를 봤지만 오늘 오후에는 운동을 했다.'라는 문장은 시간을 원형으로 본 결과입니다. 두 행위를 한 각각의 시간은 전혀 다른 시간이며 그 어떤 개연성도 없습니다. 이 인식의 차이가 시간 관리 측면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를 만듭니다. 순간순간의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는 생각의 근간이 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몇 주 인가요?

지금이 몇 월 인지, 오늘이 무슨 요일 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궁금해 본 적은 있어도 이번 주가 몇 번째 주인지 헤아려 보는 것은 좀 어색합니다. 저는 시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하기 위해서 이번 주가 몇 번째 주인지 기억해 둡니다. 어떤 차이가 있냐고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워크숍에서 저와 같이 진행하겠지만 장기 목표(버킷 리스트) 중 년 단위의 범위를 정하고 실제 실행을 위한 계획 배치는 '주간 계획' 단계로 이뤄집니다. 장기 목표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계획 배분의 HUB 역할을 하게 되는 이 위클리는 말 그대로 시간 계획의 최소단위 이자 시간의 흐름을 구분하는 척도입니다. 1년은 보통 52주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44주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올해의 어느 정도가 지나고 있는지 체크됩니다. 6월 첫째 주, 9월 셋째 주 같은 표현은 달력을 보는 방식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상이할 수 있지만 23주, 38주는 오해의 소지가 없습니다.


또한 20일은 한 달에 한 번 반복되고 수요일은 매주 반복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시간은 되돌아오며 반복하는 것이 아닌 일직선으로 흐르는 점을 좀 더 확실하게 각인하기 위해 저는 몇 번째 주인지를 꼭 기억해둡니다. '이번 주에 못하면 다음 주에 하지 뭐'보다는 '17주에 못한 일은 18주에 해야지'가 말장난처럼 들릴지 몰라도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다루기 위한 태도를 유도합니다.



급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일. 오늘 얼마나 하셨나요?   



위 그림은 중요도와 시급도를 기준으로 할 일을 분류해보는 유명한 그래프입니다. 가로축은 일이 얼마나 급한 일인가를 뜻하고 세로축은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나타냅니다. 각 영역은 이렇게 분류됩니다.


A 영역 : 중요하면서 급하지 않은 일

B 영역 : 중요하지만 급한 일

C 영역 :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D 영역 : 중요하지 않고 급하지도 않은 일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 영역의 일들로 채워져있나요? 어떤 일들로 하루를 보내길 원하시나요? 결과적으로 여러분의 24시간은 C, D 영역의 일들을 피하고 가급적 A 영역의 일들로 채울수록 좋습니다. 시간 관리를 하는 이유는 바로 가능한 A 영역으로 하루를 채우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어떤 예시가 될지 살펴볼까요. (언급한 예시의 중요도는 제 주관적인 기준에 의한 분류입니다)


D 영역은 중요도도 낮고 급하지도 않습니다. 목적 없는 인터넷 쇼핑,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 의미 없는 수다떨기 등이 있습니다. 행위 자체가 나쁘다기보다는 이런 행위가 맹목적이라면 내 시간을 무의미하게 좀 먹습니다. D 영역은 비워내면 비워낼수록 좋습니다.


C 영역은 내 인생에 큰 의미를 가지지 않습니다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말합니다. 고지서 세금 납부, 보험 관리, 루틴 한 업무 등이 있고 이 일들은 남에게 미룰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한다면 가능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B 영역은 중요하기도 하고 급한 일입니다. 데드라인이 가까워진 프로젝트, 당장 내일 제출해야 할 과제, 오늘 저녁 만날 여자친구의 생일선물 고르기 등이 있습니다. 바쁜 사람들은 대부분 이 영역의 일로 하루를 채웁니다. 이 영역에서야말로 시간관리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앞선 예시에서 눈치채신 분들이 있겠지만 B 영역의 일들은 과거에 A 영역이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미리 처리했다면 급할 일이 없는 일들이죠 만약에 급히 들어온 일이었다면 정말 중요한 일이 맞는지 검토해야 하고 타인에게 위임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B 영역의 일을 빨리 처리하고 비워낼수록 A 영역의 일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A 영역은 우리가 인생을 잘 보내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활동들이 포함됩니다.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하거나 영양제를 챙겨 먹는 일들, 자산관리와 투자를 위해 유튜브를 보고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는 일들(같은 유튜브 시청일지라도 의미 있는 목적성이 있기 때문에 앞선 D 영역과 다릅니다), 독서하기, 1년 뒤 부모님의 환갑여행 계획하기 등이 있습니다.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회사는 돈을 주고 여러분의 24시간 중 30퍼센트 이상을 구매합니다. 반대로 여러분은 8시간을 회사에 판매합니다. 회사의 오너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B 영역의 일부와 C 영역 전체를 여러분께 위임하기 위함입니다. 그렇게 B, C 영역의 수많은 일들을 직원에게 미루고 본인의 가용되는 모든 시간을 A 영역의 일들로 채우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그 회사가 발전적으로 유지 존속할 수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경영이라고 부릅니다.


여러분 한 명 한 명은 하나의 회사와 같습니다. 아니, 더 커다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여러분 자신을 효과적으로 경영하지 않으면 인생은 표류합니다. 하루아침에 회사가 망하듯 인생이 망가지지는 않겠지만 D 영역에 해당하는 일로 24시간을 소비할수록 그저 생물학적으로만 살아 있게 됩니다. '살지만 죽어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시간 관리를 통해 A 영역의 일들을 하면서 내 삶을 고민하고 의미를 곱씹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간단한 테스트

나는 어제의 24만 원을 어떻게 썼는지 한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어떠한 일을 했는지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쭉 써봅니다. 순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아마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는 데에는 시간순이 좀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어제 한 일이 너무 적어서 쓸 게 없다면 어제 하루가 아닌 지난주로 범위를 넓히셔도 좋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모두 작성하셨다면 아래 순으로 표기를 해봅니다.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D 영역의 일은 취소선을 그어봅니다. 얼마만큼의 불필요한 일들이 내 시간을 차지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과 내가 버린 시간의 비중은 동일하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급하지 않지만 내 인생에 중요한 A 영역의 일을 찾아 동그라미를 칩니다. 이 부분에서 선뜻 펜이 나가지 않다면 이유는 두 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24시간 동안 그런 일을 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두 번째는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이 뭔지 모르는 데에 있습니다.


내게 중요한 일은 누가 정해주지 않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운명처럼 내 앞에 나와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내가 정하면 되는 일일뿐입니다. 뭣이 중한지. 지금부터 정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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