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취미나 특기가 무엇이냐 물어보면(취미와 특기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지만) 취미는 보통 음악감상, 영화감상 조금 거짓말 보태면 운동이라 대답하고, 특기는 글쓰기라고 답한다. 참으로 대단한 용기며 허세다. 이러한 답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했다.
학교 설문조사, 혹은 선생님께서 특기가 무엇이라고 물었을 때 정말 도저히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게 무엇인지 떠오르질 않았다. 하지만 써내거나 대답은 해야 했기에, 그나마 학교 글쓰기 대회 혹은 지역 백일장에서 글쓰기로 상을 받은 이력이 불현듯 떠올라 조금 당당하게 `글쓰기`라고 적어냈었다. 신기하게도 그 특기에 대해 태클을 거는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그 시절부터 이 사이에 끼어서 빠지지 않는 음식물처럼, 성가신 생각이 계속 맴돈다. 과연 글쓰기를 나의 특기라 할 수 있을까. 특기라고 할 만큼 남들보다 특출날까. 사실 글쓰기 취미이며 특기라고 말하면,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항상 무언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항상 쓰고 싶어서 안달이 나야 하며, 머릿속에 소재가 떠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겐 글쓰기가 항상 수단이었다. 상을 타기 위한 수단, 어떤 이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 취업을 위한 수단이었다. 운 좋게도 수단으로 조금의 성과가 있어서, 특기로 자리 잡았는지는 몰라도 나는 여전히 글과 친하지는 않으며, 특기라고 할 사람은 더더욱 아닌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여느 때처럼 글쓰기는 나의 특기라고 답하며 나름대로 자신 있다고 떠벌리고 다녔다. D 대학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 같은 반의 한 아이와 내가 추천되어 함께 참여하였다. 그 친구가 추천되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항상 조용히 지내고 글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만 같던 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별 생각 없이 치른 대회에서 나에게는 별 성과 없이 대회는 끝났다. 그러나 그 친구는 상을 받았다. 너무나 쪽팔렸으며 지금 말로 `현타`라고 하는 감정을 당시 처음 느꼈다. 그 후로 더욱 회의감이 몰려왔다. 글쓰기가 과연 나의 특기인가?
특기로 결정했으니, 계속해서 이어가야만 하는 강박감이 자리 잡은 듯하다. 어딘가에는 항상 글을 써야만 했고, 남들이 알아주길 은근히 바랐다. 그러나 글쓰기는 항상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며, 여러 번 고쳐 써야 했다. 이 어려운 글쓰기를 나는 20대 때 내 친구들에게 너무도 당당하고 쉽게, 글 한편 써달라고 부탁했었다. 당시에 나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 생각을 반영한 짤막한 글을 모아 독립잡지를 출판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특기라고 뻔뻔하게 외치고 다니던 나조차도 어려워하는 글쓰기를 내 주변 친구들에게 너무도 쉽게 요청했다.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스펙 향상을 위해. 내가 뭐라도 되기 위해. 내가 출판한 잡지를 자랑하기 위해. 얼마나 이기적이고 추잡한 짓이었는지 지금 후회하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항상 고민이 많고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은 써야만 한다. 적어도 자주 여러 편 써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