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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퀴리 May 03. 2022

마른종이 위

편지, 글씨, 삶

    가지런히 선이 그어져 있는 흔하디흔한 마른 종이. 그 위에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를 받는 일은 이제 흔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마도 군대에서 가장 많이 주고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저 시답잖은 안부 교환과 바깥 지인들의 이슈 아닌 이슈를 나열하는 몇 마디가 전부였다. 별 내용 없었지만, 당시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누군가 삶의 한순간에 나를 떠올려서 펜을 들었다는 엄청난 수고가 위로와 기쁨이었다.

    


    힘겨울 수도, 행복에 겨울 수도 있는 지금을 우리는 살고 있다.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은 착각이며, 하루하루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다른 날들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내일 일어날 수 있다. 다가올 시간이 불행일지 혹은 행운일지 아무도 모른다. 


    알려고 노력하기보단 열지 않은 편지 봉투를 막 받았을 때의 마음처럼, 설렘으로 다음의 시간을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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