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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Sep 23. 2020

기자라는 직업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AI, 기자들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AI(인공 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의 등장. AI는 유행어를 넘어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다. 그러면서 AI로 인해 앞으로 사라지게 될 직업, 새로 생겨나고 각광받게 될 업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리고 AI 출현으로 인한 일자리 위협과 노동력 대체의 문제는 언론 보도를 통해 더욱 이슈화되고 있다. 그러면서 궁금증들이 생긴다. ‘AI 이슈를 다루는 언론들은 이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기자라는 직업은 미래에도 존재할까?’같은 궁금증들이다.         


언론과 기자들의 행태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가정하에, ‘기자라는 직업은 유명무실해지거나 없어질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답해야 할 것 같다. 왜 그럴까?      

               

AI 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맞았다. ‘AI 침공’은 언론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AI는 기사 제목, 본문 내용, 사진을 편집하는 한편, 기사를 주제와 성격에 맞는 섹션에 배치하는 일도 척척 해내고 있다.          


이 기술이 더욱 본격화되면서 단순 스트레이트성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뿌리는 일도 AI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인건비 절감도 될뿐더러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보 담당자가 직접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배포하던 것을 AI가 대체하게 되는 것이다.  

            

주제와 핵심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보도자료형 문장틀에 맞춰 이를 보도자료로 가공할 뿐만 아니라, 보도자료가 필요한 언론사와 담당 기자에게 맞춤형 딜리버리 서비스도 할 수 있다. 이 말은 보도자료는 물론 단순 스트레이트 기사도 AI가 작성할 수 있고 배치까지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AI는 기사 작성과 배치를 넘어 신문 1면이나 온라인 매체 홈페이지 메인 화면 편집도 할 수 있다. 과거엔 뉴스 편집자가 직접 메인 뉴스를 편집했지만, 편집자가 기사 경중에 따라 중요한 순서를 정해주면 AI가 알아서 기사배치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사 경중의 순서를 계속해서 정해주다보면 빅데이터가 생기고 AI는 이를 판단해 스스로 기사 경중을 따져 편집과 배치까지의 전 과정을 해낼 수도 있다.    

           

아울러, 기술의 발달과 발맞춰 대중들의 정보접근권도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과거엔 기자들이 대중들보다 한 발 앞서 취재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대중들보다 먼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대중들은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통해 비로소 정보 접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정부 부처, 주요 대기업, 인기 스타들의 기자회견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 되고 대중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기자와 동시간에 동일한 정보를 얻는다. 기자회견 전문 역시 SNS나 홈페이지 등을 올라오기 때문에 대중들은 기자들과 거의 동일한 정보접근권을 가지게 되었다. 오히려 대중들이 현장에서 기사 작성과 마감으로 바쁜 기자들보다 기자회견 내용을 실시간으로 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정보의 속도와 넓이는 이제 대중들에게 거의 다 따라잡혔다. 현 기자업무 중의 상당 부분도 AI로 대체 가능하다. 기자사회의 대 위기이자 종말의 신호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제 기자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장점은 정보의 깊이다. 기자들은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단순 보도나 속보성 기사 대신 탐사보도와 기획기사, 진실을 추적하는 기사로 독자적인 생존 영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하는 사실의 판단, 따뜻한 감성은 AI로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정보의 깊이는 기자들의 질문에 달렸다. 어쨌거나 대중들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곳을 드나들 수 있고, 대중들이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면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자들은 이제 남은 유일한 장점인 취재원을 향한 질문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참고: 기자들은 왜 질문을 안 할까?)


기자(記者),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기자들이 자신들의 취재 결과물인 기사를 싣는 플랫폼은 신문(新聞)이다. 새로운 것을 듣는다는 의미다. 새로운 것을 듣고 기록을 하려면 열심히 발로 뛰어 취재를 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이를 논리정연하게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네 기자들의 모습은 어떨까? 꼭 필요한 기사지만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는 기사 대신 자극적이고 클릭 유도를 위한 낚시 기사들이 넘쳐난다. 공들여 쓴 좋은 기사와 조회 수의 상관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조회 수 가성비’ 때문에 낚시성 기사들의 생산량이 발로 뛴 기획취재 기사량을 훨씬 능가했고, 이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들도 사라졌다.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기사 대신 AI로 대체 가능한 기사를 훨씬 많이 쓰면서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또한, ‘권언유착’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진실을 보도하는 기사 대신 정재계와 해당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얽힌 기사들이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은 진실의 축소 왜곡 확대를 ‘우리매체만의 논조’라는 이유로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이밖에도 취재를 위해 제공받는 편의는 권리가 되었고, 이 권리는 당연한 것 심지어 특권의식과 권력이 되기도 했다.      

         

‘칼보다 강한 펜’이라면서 자신들은 정의롭다고 한껏 자화자찬하던 기자들의 펜이 무뎌진 것이다.  

             

언론계까지 침투한 AI의 혁신은 기자라는 단어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질문을 던지는 입장이었던 기자들은 이제 AI가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 질문에 대답을 내놓아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기자라는 직업은 미래에도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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