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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 T Jan 25. 2024

인간(忍姦)관계 트릴로지- 프롤로그: 안티프래질

털어내기와 끊어내기, 그리고 인간관계의 재정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 미국의 저명 경제학가 나심 탈레브가 만든 용어로,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깨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질 수도 있다는 개념이다. 즉 실패와 스트레스를 통해 자극을 받고 더욱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     


한 마디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애둘러 얘기한 것이고, 비장하게 해석하면 배수의 진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변화와 충격으로 인해 분명히 내가 이득을 얻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없다면 나쁜 결과물을 좋은 쪽으로 전환시켜보려는 노력을 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안티프래질도 나 자신에게 달린 셈이다.      


2024년 새해, 새 뜻을 품기 좋은 시기다. 우연히 안티프래질을 접했지만 새해를 맞아 이 말을 내 삶과 결부시켜 보았다. 역시 안티프래질의 시작점이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내 주변 정리였다. 특히 주변 정리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인간관계였다.      


인간관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를 개선하거나 잘 이어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내 의지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에 그만큼 어렵고 상처도 잘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말라는 조언도 따라다닌다.


중년으로 접으들면서, 회사 생활을 그만두고 제 2의 인생을 살면서 인간관계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돌이켜보고 곱씹어보니 쓰라린 상처만 남은 관계, 느슨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탄탄하고 든든했던 관계 등 여러 관계가 얽혀 있었다.     


인간관계를 위한 조언 중 가장 대표적인 조언이 바로 ‘남이 내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하고 남에게 베풀 것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이다.     


그런데 이 조언을 뒤집어 생각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쓸모가 있어야만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인맥이라는 것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내가 꼭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인간관계가 맺어져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다. 진심 어린 마음과 배려로 조건없이 서로 도울 수는 없나 회의감도 들었다.     


그러면서 인간관계의 사전적 정의를 내 나름대로 다시 내려보게 되었다. 특히 내가 털어내고 끊어내야할, 다시 말해 안티프래질을 적용해야 할 관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보았다. 이 관계는 전통적 의미의 인간관계(人間關係, 사람 사이의 관계)가 아닌, 참아야 하고(忍) 간사한(姦) 관계로 정의하고 싶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 다짐을 반영하면, 참을 인(忍) 대신 칼날 인(刃)을 사용하고 싶다. 참을 인에서 마음(心)을 빼면 칼날 인이 된다. 참아야 하는 간사한 인간(忍姦)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내 마음을 멀리 하면서 칼날을 다듬고, 그 칼날로 간사한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나를 위한 인간(刃姦) 관계라고.     


새해를 맞아 인간관계 리셋 버튼을 눌렀다. 뒷담화 혹은 나 혼자 심각한 글일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나만 보는 일기장에 끄적이고 덮어놓기보다는 차라리 이곳에 쓰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배설로 그치지 않고 마음을 다시 다잡기 위해 일기장이 아닌 내 공간이지만 공개된 이 곳에 글을 남긴다.      


영민하지만 깨지기 쉬운 사람이 아닌, 다소 둔할지 몰라도 안티프래질을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Copyright(C) Jan.2024 by Writer T. All rights reserved.



‘인간(忍姦)관계 트릴로지- 1. 약속: 약은 사람에게 속은 것’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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