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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eriencer May 19. 2023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대한 고찰

회사 선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

재미있는 일 벌이기 좋아하고 꼰대 짓이라곤 일도 하지 않는 멋진 선배가 있었다.

주니어급 대부분이 그 선배랑 일하고 싶어 하고 스몰 토크하고 싶어서 안달복달이었다. 그랬던 선배도 자기가 감당 못할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점점 꼰대가 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게 아니라 의무감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도 점점 멀어져 갔다. 나 또한 데면데면하게 지내다 퇴사를 앞두고 그 선배에게 왜 회사를 떠나지 않았는지, 재미있게 일하던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는데 방치했는지 물었더니 그 선배가 쓸쓸한 표정으로 했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회사만 열심히 다니다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남아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뭘 잘했었는지, 뭘 좋아했는지도 잊었고 자신감도 사라지고 사람들도 다 떠났다. 이제 와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려고 하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나이 든 선배들이 퇴직하고 치킨집을 차리는지 이해가 간다. 나도 내 미래에 치킨집 밖에 그려지지 않아 떠날 수가 없었다.”


당시에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회사를 퇴직하고 백수가 되고 어느 날부터 저 말이 마음에서 잊히지 않았다. ‘내 미래도 저러면 어떻게 하지?’ 생각해 보니 내 삶도 그 선배와 다르지 않았다. 회사 업무가 우선순위였고, 업무 외에 여유 시간은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업무와 관련된 자기 계발을 하고 그 외에 시간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만 잤다. 돌이켜보니 고작 7년의 회사 생활에서 남은 거라곤 7년 차의 경력과 퇴직금이 전부였다.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더 중요해서 야근을 해도 짬을 내서 공모전도 나가고 개인 프로젝트도 했는데 어느 순간 점점 뒷 순위로 밀리면서 업무 외에 내 우선순위엔 나라고 없었다.


이렇게 이런 모습으로 또 회사에 들어가면 다시 톱니바퀴처럼 회사의 부속품이 되어 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다 나도 40대가 되어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남은 거라고 치킨집을 차릴 수 있는 퇴직금이면 어떡하지? 너무 무서워서 며칠 동안 잠이 오지 않았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말로만 하는 자잘한 변화가 아니라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누가 언제 만들어 주는 걸까? 고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이 발생하나? 깨달음을 얻나?

보통을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자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알까? 아니 평생 동안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생기기나 할까?


생각해 보니 누가 만들어 주지 않으면 내가 만들면 되겠단 확신이 들었다. 내가 회사의 퇴직을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여기고 내 루틴의 변화를 준다면 그게 쌓여서 진짜 내 인생이 변화하지 않을까?


때마침 손원평 작가의 ‘튜브’를 읽었다. 곰아저씨라고 불리는 노숙자 아저씨가 자살을 결심한 순간 운이 나쁘게도 자살에 실패하면서 ‘변화’를 위해 정말 사소한 것부터 바꾼다. 예를 들어 등 펴기, 미소 짓기, 칭찬하기 등 정말 사소한 이런 습관 교정을 시작으로 곰아저씨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고 기사회생한다.

‘변화’ 누구나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단어이다. 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보통 변화라고 하면 세상을 바꾸는 정도의 대단한 변화를 우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소한 변화부터 시작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끈기만 있다면, 하루 열 장의 책 읽기, 하루 한 문장 글쓰기, 아침에 이불 개기 같은 사소한 루틴. 이 일상이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바뀌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내 루틴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우선 하고 싶은 일부터 하나하나 도전하기 위해 목록을 작성하고 주단위로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주간 일정을 체크리스트로 짰다. 예를 들어, 월: 러닝 30분, 전화 영어 20분, 책 읽기. 화: 강아지와 산책 1시간, 필라테스 1시간, 책 읽기 등 체크 리스트로 만들다 보니 체크하는 재미에 빠져 한동안은 거의 모든 일정을 다 소화했다. 매일밤 잠들기 전에 체크된 to-do 리스트를 보며 뿌듯함에 잠을 이뤘다. 그렇게 일주일-한 달-두 달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한 달에 10권에 책을 읽고, 인스타그램에 내가 읽은 책 서평을 하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있었다. 하려고 한 게 아니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세 달을 돌아보면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이 생활 패턴과 마음가짐이 긍정적으로 많이 변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실제로도 꽤 많이 시도했고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해냈다. 남이 보면 하찮은 일로 여길 수 있지만 이 하찮은 일이 모여 3년 뒤, 5년 뒤 내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지금 하고 있는 루틴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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