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니어를 위한 디지털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는가?
5월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에는 항상 정신이 없다. 대학원 졸업 이후 직장 생활로 근로소득세만 신경 쓰고 산 직장인이 사업을 하시는 엄마 아빠 등쌀에 못 이겨 5월이면 각종 세금 신고 서류 떼기 등으로 핸드폰에 불이 난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왜 나한테만 이러나, 왜 배울 생각을 안 하나, 왜 나만 들들 볶나 싶어 있는 대로 성질을 부리면서 해줬는데 이제 나이가 들면서 철이 좀 들었는지 엄마 아빠가 이걸 하기엔 너무 나이 들었구나… 이 시스템이 너무 복잡하단 생각이 든다. 핸드폰, 노트북을 달고 사는 나도 알아보고 서류 떼고 신고하려면 헤매는데 60 넘은 엄마 아빠는 오죽할까 싶다. 본인들도 답답했는지 은행에 전화하고 세무서 사무실에 전화를 한참 하다가도 못해서 나한테 부탁을 하곤 한다. 그럼 나는 이제 10분이면 처리한다. 하도 많이 해서 학습이 됐나 보다.
은행 업무든 홈택스 업무든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 나이 드신 분이 처리하기엔 확실히 어려움이 따른다. 온라인상으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하면서 확실히 나는 편해졌는데 엄마 아빠는 불편해졌다. 이제 은행에 가도 바로 처리를 안 해주고 인터넷으로 재등록을 하라고 하고 홈택스 업무는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이런 시점에 시니어를 위해 더 편한 서비스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모두들 다 알아서 잘하고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없으면 서류 하나 처리하는 것도 힘들어하는데 자식이 없거나 도움 받기 어려운 어르신 분들은 어떻게 일을 처리하고 있을까?
이 일에 대해 의문이 생긴 후 주변 친구들에게 각자 부모님들은 문제가 없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집안에 한 명은 꼭 지정이 되어 업무처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한 번은 친구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아빠 도래의 아저씨께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도움을 요청하셨다고 한다. “급하게 돈을 부칠 때가 있는데 은행 갈 시간은 없고 아무리 부치려고 시도해 봐도 안되는데 한 번만 도와줄 수 있나요?” 처음엔 수상한 사람일까 싶어 망설였는데 정말 급해 보여서 옆에서 스마트폰을 같이 바라보며 돈을 송금했다고 한다. 불과 5분도 안 걸렸다. 이게 맞는 걸까? 점점 편해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 불편한 사람이 이렇게 많아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싶다.
이뿐이 아니다. 아빠는 짜장면을 굉장히 좋아하시는 분이라 어렸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은 짜장면을 시켜 먹곤 했는데 어느 순간 짜장면 배달이 끊겼다. 나는 아빠가 짜장면이 질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바로 집 앞에 짜장면 집이 생겼다고 먹으러 가자고 해서 왜 배달을 안 시키냐고 했더니 배민이 생긴 후 배달 시키는 게 어려워 못 시켜 드셨다고 한다. 그 뒤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짜장면, 치킨, 족발 등 아빠 대신에 배달 셔틀을 하고 있다. 나 없으면 어떻게 사실까 싶어 배민을 깔아서 알려드렸는데 이상하게 배민에서 주문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셔서 한 번에 성공한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빠가 다른 앱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집에 필요한 물건을 쿠팡에서 주문하고 네이버 쇼핑에서 가격 비교를 하신다. 그런데 왜 배민에서 짜장면 하나 주문하지 못하실까?
택시도 마찬가지다. 운전면허증이 없는 아빠의 주된 교통수단은 택시였다. 강박증과 각종 생활 습관 질환으로 대중교통 다는 것을 힘들어하셔서 택시를 이용하셨는데 카카오 택시가 생기면서 택시 잡기가 어려워지셨다고 한다. 한 번은 택시 정류장에 한참을 서있는데 택시가 안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주변에 줄 서 있던 사람들 한 명 두 명 카카오 택시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고 나에게 전화해서 카카오 택시 좀 불러 줄 수 있냐고 요청을 하셨다. 그 뒤로 나의 업무는 하나 더 늘었다. 카카오 택시 부르기. 야근을 하다가도 미팅을 하다가도 택시를 부르는 일이 종종 생기자 아빠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카카오 택시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 어려워하시더니 벤을 부른 일도 있었다. 이게 맞는 걸까?
배달 음식도 못 시키고 택시도 못 부르고 심지어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카페나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는 들어가지도 못한다. 이렇게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데 왜 점점 더 디지털 화된 세상이 편하다고 하는 걸까? 누구를 위한 서비스 일까? 기사를 보면 시니어를 위한 사업 전망이 가장 좋다고 난리이다. 백세시대에 들어서면서 시니어가 앞으로 더 많아진다고… 하지만 이렇게 준비 하나 없이 백세시대를 맞아도 되는 걸까? Chat GPT, AI, 메타버스 등 앞으로 더 많은 디지털 서비스가 계속 나올 텐데 시니어를 외면한 체 이렇게 계속 발전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
방법이 없는 걸까? 방법이 없진 않을 것 같다. 처음엔 어려워하더니 카카오톡으로 소통을 하고 가끔 페이스톡도 하고 필요한 용품을 쿠팡에서 주문하고, 최근에 코로나 시기에 식당에 가서 QR코드 체크도 잘했다. 이걸 보면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디지털 활동이 활발해질 것 같은데, 디지털을 어려워하는 분들께 앱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투자비를 생각하면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기보단 기존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해서 시니어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 같긴 하다.
우선, 주문 키오스크에 대한 아이디어를 chat GPT에게 물어보았다.
시니어 전용 주문 서비스 앱을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몇 가지 방향을 아래와 같이 제시해 드립니다.
시니어들의 사용성을 고려한 디자인: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거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니어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UI/UX 디자인과 큰 글씨와 대화형 아이콘 등을 활용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음성 인식 기능의 도입: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음성 인식 기능을 도입하여 목소리로 주문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통해 사용성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주문 메뉴 및 가격 정보 제공: 시니어들은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메뉴 및 가격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문 메뉴와 가격 정보를 명확하게 제공하고, 메뉴에 대한 설명도 포함하여 시니어들이 이해하기 쉽게 해야 합니다.
주문 내역 및 결제 내역 확인: 시니어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여 주문 내역 및 결제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여, 사용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고객 서비스 지원: 시니어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앱 내에서 고객 서비스 지원을 제공하여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비즈니스 모델 개발: 시니어 전용 주문 서비스 앱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합니다. 주문 수수료, 광고 수익, 제휴 수익 등을 고려하여 수익 모델을 구성하고, 시니어들이 가장 선호하는 결제 수단을 제공하여 결제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Chat GPT가 준 아이디어도 서비스 앱을 활용한 아이디어였다. 제일 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안 그래도 오늘 커피를 주문하고 픽업을 기다리는데 6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두 분이 키오스크로 커피 주문을 도전하고 계셨다. 한분이 주도적으로 하며 다른 친구분은 “한번 해봐 어렵다니까” 라며 옆에서 보조를 하셨는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까진 어떻게 담았는데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는데 일차 난항이 있었고 카드 결제를 진행하는데 또 난항이 있었다. 그래도 대략 2-3분 안에 주문을 마쳤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옆에서 키오스크를 관찰하면서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단 생각은 들었지만 약간만 바꿔주면 충분할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고찰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주변 문제점을 찾고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서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