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of chairs 2
호텔 인테리어 가구 담당 10년 차,
침대 프레임부터 쿠션까지, 호텔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합니다. 이를 통해 가구 보는 시야를 함께 넓히기를 바라요.
"책임님, 저희 이 의자 이제 정말 어떻게 좀 해야 해요!!
스펀지가 꺼지고 다리가 흔들리는 것들도 많아요."
리뉴얼 기한이 넘은 업장의 의자를 확인하고 왔다. 십수 년 전에 천갈이를 한번 했다고 하는데 관리를 워낙 잘해서 원단의 해짐이나 오염은 크게 없는 상태였다. 등판의 장식이 올드한 스타일이긴 했지만 원단 자체의 퀄리티나 만듦새는 워낙 좋았던 것이다. 앉아보니 테이블이 껑충 높게 느껴질 정도로 좌판이 내려앉아있었다. 스펀지 교체가 시급해 보였다.
"오래 썼으니 예쁜 디자인으로 골라서 새로 만들면 좋겠어요. 그런데 이 의자도 아깝긴 해요."
이런 요청이 있을 때마다 고민한다.
기존의자를 재활용하여 천갈이만 해도 될지, 새로운 디자인의 의자를 골라야 할지 말이다.
영업 중인 업장의 가구를 재활용하기 위한 작업은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영업에 지장이 없는 물량씩만 빼내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여러 차수로 진행되고, 그만큼 운송비 및 인건비면에서 품이 더 들기 때문이다.
어느 상황이건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 싶은 마음과 목표는 동일하다.
공간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가구만 바꾸어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는 있다. 그러나 의자 한 아이템의 변화로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기 때문에, 앉았을 때 편하고 기존 공간과 잘 어울려야 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거기에 기존보다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상황에서는 천갈이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오래전에 만들어진 의자의 구조는 더 견고한 경우가 많다. 이런 고품질의 가구를 버리고 새로 만드는 것 대신 잘 다듬어 다시 쓰는 선택을 하고, 오래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함을 이제는 안다.
이런 마음 때문일까? 보수를 전문으로 해주시는 파트너사의 대표님은 참 인품이 좋으시다. 오래된 가구를 살려내는 기쁨을 오래전부터 알고 계셨을 것 같다.
의자를 살리기 위해 새로운 원단을 선정하고, 흔들리는 구조를 보강하고 도장을 다시 하는 것으로 오래된 의자는 새것처럼 탈바꿈된다. 새로 선정하는 원단의 금액대에 따라 신규 제작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도 있지만, 가치 있는 판단이다.
이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위해 원단을 찾고, 수차례 현장에 방문해서 보고 또 확인한다. 귀찮고 티도 안나는 것 같은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일에 가치를 찾고 보람을 느낀다.
유지관리의 미학이랄까?? 오래되도 좋은 공간을 위해서는 관리하는 사람들의 애정과 손길이 중요할테니까.
* 가구가 호텔 공간에 놓여 쓰일 수 있게 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연재 중입니다.
* 해당 글에 들어간 모든 사진은 직접 촬영한 것으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