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특별하게 만든 인연
"OO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늘 두세 명이 동시에 반응했다.
나는 흔한 이름을 가졌다.
회사에서도, 심지어 같은 아파트에서도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
학창 시절엔 같은 이름을 구분하기 위해
키를 기준으로
큰 OO. 작은 OO 식으로 불렸다.
너무 흔한 이름이라
가끔은 나 자신도 내 이름처럼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다.
이 흔한 이름 때문에 뛰어날 것 없는 내가
더 평범해지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특별하게 느끼기 어려웠다.
어느 순간 내 이름이 전혀 내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인터넷 아이디를 만들 때면 한참을 고민했다.
특별한 이름이 갖고 싶어서.
하지만 늘 내 이름에는 어떤 한계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가 통화하는 소리를 들었다.
"우리 OO이가~"
평소와 다를 게 없는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편이 따뜻해졌다.
엄마의 목소리 속에
"첫째"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게 새겨있었다.
"OO는 알아서 할 일 잘하니까 내가 믿지"
그 한마디에 내가 몰랐던 신뢰가 느껴졌다.
그때부터 나를 불러준 사람의 목소리가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잘 해결되었어요. OO님 고마워요"
내 이름을 부르며 전하는 감사의 말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었다.
나의 노력과 가치가 담긴 칭찬이었다.
같은 이름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 이름이 전혀 다르게 느껴졌고,
그 이름 속에서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된 기분이었다.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흔한 닉네임이었지만
내가 쓴 글과 댓글에 진심을 담아 답할 때마다
작은 울림이 있었다.
"OO님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항상 OO님 글을 기다렸어요."
그런 순간들을 반복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름 그 자체가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나누는
진심의 순간이라는 것을.
나는 내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을 통해
나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중이다.
흔한 이름 속에서도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나'라는 존재를 알아보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이름을 가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름 속에 담긴 수많은 순간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매 순간 우리가 쓰는 이야기는 모두 특별하다.
지금 잠시,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지지해 준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과 지지를 기억하며,
당신은 이미 충분히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임을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