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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Apr 05. 2023

<0교시> 퇴사 3일차 : 돈을 쓰지 않기로 결심하다.

슬기로운 퇴사생활

퇴사 3일째가 되니 더 이상 월급이 나오지 않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사실 아직 실감이랄것은 없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맞을까요?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지 하는 조바심과 지금은 잠시 쉬어가며 공부해야 할 때라는 상반된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덕스럽게 뒤바뀝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보다가 '사지 않을 결심'이라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봤습니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바빠서 돈을 잘 벌때는 오히려 돈 쓸 시간이 없어 못 쓰다가 한가해지면 부쩍 소비가 늘어나게 되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지금도 시간이 난다고 생각하니 여행도 가고 싶고, 쇼핑도 가고 싶고 공부를 하기 위해서 책을 잔뜩 사들여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이 있으니 무언가를 배우고 싶고 배우려면 또 돈이 듭니다.


회사에 다닐 때는 그렇게 내 시간이 소중하고 회사일만 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 한가해지니(이제 3일이 지났을 뿐인데요) 무슨 시간이든 내 일과표에 꾸겨넣으려고 발버둥칩니다.

지금 듣고 있는 것은 유료강의로 '내 마음을 그리는 명상' '음악용어로 익히는 클래식강좌'가 있고 도서관에서 서 무료로 하는 강의인 '내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책'과 '글쓰기강좌' 수업이 있습니다.

블로그에 대한 유료강의도 하나 듣다보니 오히려 직장에 다닐때보다 더 바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고 싶은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요.

이제 집에 있으니 요리를 해야 하니까 요리재료도 사고 싶고, 공부를 해야 하니까 책도 사고 싶습니다.

여행상품도 구입하고 여행가려니 옷도 사고 싶고, 늙어가는 피부를 위해 맛사지를 받거나 병원시술도 해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러다 이 유튜브 책 소개를 들으며

'내가 내 시간을 즐기기로 했는데 소비를 하다보면 역시 돈을 벌든 쓰든 내 시간을 소비하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제만 하더라도 아침부터 쿠폰이긴 했지만 커피 한 잔을 마셨고 클래식 강의를 듣다보니 너무 감동이 커서 그대로 집에 들어갈 수없다는 생각에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느라 소비를 했습니다.

차를 차고 벚꽃을 보러 고복저수지에 나갔고 (역시 연료비를 썼겠지요) 쿠팡에서 식재료와 책을 사느라 소비를 했습니다.

오늘도 만약 오전에 이 동영상을 안 봤더라면 누군가 만나 점심을 먹거나 책을 사러 서점에 왔을지도 모르고 그냥 카페에서 차를 마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소비하지 않는 삶'이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니 아침에 커피 한 잔도 집에서 마시고 홍차 한잔과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에 왔습니다.

와~

도서관엔 얼마나 많은 책들이 있던지요.

평소에 보지 않던 여성잡지도 뒤적여보고 수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를 둘러보며 어떤 책을 읽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내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책' 강의를 들으며 감정을 터치하는 그림책 몇편을 함께 볼 수 있었습니다.


'아 소비하지 않는 삶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갑을 보니 꽤 두둑합니다.

'돈이 없어서 못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능동적으로 소비하지 않는 삶을 결심해서 안 사는 거야' 

언제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사지 않을 결심'을 하는 것도 괜찮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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