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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프레너 May 16. 2023

<0교시> 퇴사 일주일 후 : 실업급여를 신청했다.

슬기로운 퇴사생활

퇴사를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고려했던 것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자영업, 1인사업, 사회단체활동, 봉사활동으로 4대 보험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 오다 처음으로 50이 되어서야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곳에서 직장생활을 했으니까요.

매달 고용보험료도 꼬박꼬박 냈고 국민연금도 내기 시작했으니 국가복지체계에 내 생계를 맡겨볼 수 있겠다는 배짱도 생겼습니다.


늦은 나이에 하는 기자생활은 재미도 있었고 배울 점도 많았지만 계속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장 큰 것은 업무가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고 건강에도 조금씩 문제가 생겼으니까요.

항상 기사와 취재에 치이다 보면 내 글을 쓸 시간도, 가족들에게 내 줄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는데 그래도 몇 개월이나마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조금은 생각할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했었습니다.


아이를 일찍 나아 키우느라 각종 육아수당을 받아본 적도 없었습니다.

가족을 묶어서 한 경제단위로 생각하는 국가는 모든 수입이 공개되는 월급쟁이 남편의 소득과 남편의 집으로 우리 가정을 상위 10%로 규정했지요.

세금은 제법 많이 내는 것 같은데 각종 복지혜택들은 저희 집까지 오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고용보험의 수혜자가 되면서 일을 하지 않고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요.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주는 구직수당이지만 일을 하지 않는 기간에 국가가 거의 최저생계비 정도의 수당을 주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구직수당을 받기 위해선 일단 자발적인 퇴사는 안됩니다.

저의 경우 거의 자발적인 퇴사였지만 주말부부를 하고 있던 남편과 합치는 것을 조건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업장에서 일정기간 근무하다 경영상 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정년퇴직 등 불가피한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상태여야 합니다.

전직, 자영업, 학업 등 개인적인 사유로 스스로 사표를 쓴 경우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으니 일단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회사에서 잘려야겠네요.


회사 입장에서도 직원을 함부로 해고하는 것은 제재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계약해지, 정년퇴직, 경영상의 이유, 구조조정 등의 이유여야 한다니 주의해야겠죠.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 자발적 퇴사 즉 사표를 쓴 경우라도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면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있다더라고요.     


여기서 '정당한 사유'란 △일정기간 임금 체불이나 임금 지급이 지연되어 그만둔 경우 △2달 이상 휴업이 계속되어 그만둔 경우 △회사 이전이나 원거리 발령으로 가족과 별거하게 되거나 통근이 곤란하여 그만둔 경우 △신기술, 신기계 도입으로 새 업무에 적응할 수 없어 그만둔 경우 △결혼, 임신, 출산, 병역법에 의한 의무복무로 인한 퇴직이 관행인 사업장에서 그 관행에 따라 퇴직한 경우 △근로조건 변동으로 인해 이직 전 3개월 간의 월급이 최저임금보다 낮거나 이직 전 3개월간 주당 평균근로시간이 56시간 이상인 상황이 계속되어 퇴직한 경우 등이라네요.      


해고된 경우 중에도 본인의 중대한 귀책사유로 해고된 경우에는 실업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형법 또는 법률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해고된 경우 △공금횡령, 회사기밀 누설, 기물파괴 등으로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의 손해를 끼쳐 해고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장기간 무단 결근해 해고된 경우 등인 경우에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니 직장을 그만 둘 때도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해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더군요.     


저의 경우 10년 이상 지속된 주말부부를 합치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지만 적용받는 데는 복잡한 입증절차를 거쳐야 했었어요.

일단 남편의 직장이 2년~3년 사이로 계속 옮겨 다니기 때문에 남편의 주소이전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요.

저는 퇴사 후 바로 남편의 집으로 함께 주소이전을 하고 이사를 했지만 ‘남편과 떨어져 살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했었습니다.      

저의 경우 ▲제가 살고 있던 곳의 관리비 영수증(1년 치) ▲남편이 살고 있던 곳의 관리비 영수증(1년 치) ▲남편이 주말마다 제가 살고 있던 곳으로 오고 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기차표 (3개월치) 등을 입증서류로 제출했어요.

또한 남편 집에서 회사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경우 왕복 3시간을 넘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네이버지도의 길 찾기 기능을 이용해 이를 입증하기도 했고요.


사실 요즘 실업급여 조건이 좀 엄격해졌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상세하기 상황을 입증하고 나서야 구직급여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사준비가 어려워 직장을 그만두고 2~3주 정도 여유를 두고 이사하는 경우에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점도 주의해야겠네요.

참고로 남편이 원래 살고 있는 곳에 주소를 두고 있고 본인이 퇴사 후 바로 이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인 것 같아요.     

구직급여 대상이 되면 1차 실업인정을 받아야 8일 치 수당이 나오게 되는데요.

요즘은 고용노동부에서 실업급여 신청하는 방법을 자세히 동영상으로 알려주시니 참고하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19CXB3Nt0


아무튼 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실업인정을 받았고 구직급여 수혜자가 됐습니다.

180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은 아르바이트, 수당을 받는 회의참석, 쿠팡파트너스, 블로그, 유튜브 등 수익이 생기면 그 수입은 깎아서 준다고 하더라고요.

지인의 부탁으로 들어준 암웨이 회원, 정말 적은 수입이 생겼던 쿠팡파트너스, 참석하면 7만 원의 회의수당이 생겼던 거버넌스 회의 등 모든 경제활동을 중지했어요.

(정말 생계를 유지하느라 부가수입이 필요한 분들은 작은 실업수당을 깎이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부당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저의 경우는 내 능력을 다시 고민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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