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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투안 Dec 14. 2023

프랑스 여행 스타트 (day_01 파리)

파리, 그동안잘 있었지?


VOYAGE À PARIS_JOUR 1 


프랑스로 떠나기 며칠 전부터 여행 가방을 싸기 시작했으나, 항상 생각하는 것보다 짐을 싸는데 시간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떠나기 전날 짐을 싸는데 새벽 3시가 넘어서까지 짐을 싸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막상 떠나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생겼다. 편한 집을 떠나 타국으로 간다는 게 한편으로는 좋기도 했지만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처럼 조금은 귀찮게도 느껴졌다. 최근에 보고 들었던 파리에서의 사건, 사고들도 나의 감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단 항상 한국을 떠나면 소지품에 몇 배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감정이 고조되었던 것 같다. 


(참고로 모로코, 알제리에 머물며 일을 할 때, 3~4개월마다 휴가로 한국에 왔을 때, 다시 그 나라로 일을 하러 갈 때는 마치 군대에 입대하는 기분이었는데, 그때의 공항 가는 기분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잠을 3시간도 채 자지 못한 상태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아침 8시 55분 출발행 비행기라 새벽같이 나왔고,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했다. 한동안 일본이나 제주도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을 찾기는 했지만 장시간 여행을 위해 공항을 찾은 건 꽤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수속을 마친 뒤, 공항에 즐비해 있는 면세점과 해외 각국의 여행객들을 보며, 


"정말 떠나긴 떠나는구나" 

이렇게 나는 혼잣말을 하며 항공기 탑승을 위해 이동했고,


2023년 11월 10일(8시 55분), 인천공항에서 파리 샤를드골행 비행기를 타고 떠났다.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지만 창을 열고 하늘을 보는 기분은 참 묘하다. 그리고 이렇게 바라보는 하늘을 좋아한다. 


다행히도(?) 출발 전날 오히려 잠을 많이 못 자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잠을 오래 잘 수 있었다. 


시차 차이가 많이 나는 여행을 할 때, 시차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나만의 팁은 미리 그 나라의 시간에 따라 적응을 하는 거다. 내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때는 파리는 새벽시간이었기 때문에, 비행기에서 잠을 자는 게 시차적응에 유리하다. 반대로 해당 국가가 낮 시간대라면 잠을 최대한 자지 않아야 시차적응이 좀 더 쉽다. 


꽤 긴 시간 이동해야 했기에 식사를 할 때는 어릴 적 가끔 티비에서 보던 미스터빈 영화를 봤는데, 마침 미스터빈이 프랑스 파리 여행을 하는 영화였고, 혼자 껄껄 소리도 내며 웃으면서 봤다. 유머는 시대를 초월하고 사람의 감정을 기분 좋게 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파리 도착이 1~2시간 내로 앞당겨졌고, 설레는 감정이 느껴졌다.


과연 내가 없던 4년이란 시간 동안 파리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바뀌지 않은 건 또 무엇일까?

...


그 공백기간 동안 파리에 대한 내 감정은 변했을까?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이번에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돌아갈까? 


코로나 전에는 거의 매년 파리를 찾았다. 그만큼 나에게 파리라는 도시는 의미가 있는 도시다. 



다행히도 무사히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잘 도착하였고, 짐을 찾아 나왔다. 파리 시간으로 오후 7시쯤 된 시간이었다. 최근에 여행을 가는 곳마다 수화물 짐이 조금 빨리 나와 기분이 좋았는데, 파리 공항에서도 기다린 지 5분 정도 되었을 때쯤, 내 캐리어가 보였고, 잽싸게 챙겨서 기분 좋게 게이트를 나왔다. 


그리고 나를 반겨주는 프랑스어 글귀,


"Paris vous aime" 

파리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Je t'aime Paris moi aussi"

나도 역시 파리, 너를 사랑해. 


혼자 이 문장을 머릿속에 되뇌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때까지만 해도 비행기를 놓쳐 이 글귀를 한 번 더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준비한 E-sim 연결이 잘 되지 않아 30분가량의 시간을 공항 내 벤치에서 시간을 보낸 후, 데이터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이 되었을 때 파리 시내로 향하는 One way 메트로 티켓을 끊고, 숙소가 위치한 파리 중심가인 마레지구로 향했다. 

 

그리고 찍은 사진, 파리를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자주 이용해야 하는 메트로 사진이다. 

공항은 파리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반 메트로가 아닌 RER이라는 열차를 이용해야 했고, 파란 선인 RER B선을 이용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의 경의/중앙선과 같은 라인인 셈이다. 



열차 안에서는 짐도 많고 자리가 일단 불편했기에, 그 불편함을 신경 쓰고 있으니

어느새 나의 목적지인 Chatelet les halles [샤뜰레레알] 역에서 도착했다. 이 역은 참고로 가장 많은 지하철 라인이 지나는 환승역이라 크기도 크고 유동인구도 많아 정신이 없다. 정확히 파리의 중심지역이다. 


내리고 보니, 특유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흑인, 백인, 아랍인 할 것 없이 너무나 다양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바로 경계태세로 돌입한다. 이제부터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 반 프랑스인으로 변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다행히도 숙소는 역에서 멀지 않아, 걸어서 이동했다. 

조금 역에서 벗어나자 내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파리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고, 경계태세 모드를 하고 있던 나는 그제야 조금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특히 눈에 보인 것들은 카페와 식당들이었는데 길가에 놓여있는 테라스 분위기와 실내에서 식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프랑스 사람들이었다. 


"참, 이 모습 그리웠다."


숙소를 향하던 나는 길을 걷다 말고 멈춰 선다. 바로 건물벽에 거울이 보였기 때문이다. 


혼자 여행을 하기 때문에, 거울은 나를 남길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 생각했고 이 순간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찍는다.


거울을 다시 살펴보니 각종 명품 브랜드명이 적혀있었고, 아무래도 이곳은 명품 편집샾일 것이라고 추측을 해보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대해 잠시 얘기해 보자면, 이번에는 한인 민박 그리고 외국인들과 같이 쓰는 호스텔을 잡았는데 첫 번째 한인 민박을 선택한 이유는 위치가 너무 좋았다. 파리 중심인 마레지구에 위치해 있고, 퐁피두는 걸어서 10분 내외, 센강도 뛰어가면 10분 내로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아침마다 센강을 조깅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짐을 숙소에 내려놓고, 배가 고팠던 나는 주변을 배회하였고, 무얼 먹을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숙소 건물 바로 밑 1층에서 식사를 하기로 결정하였고, 배가 고팠던 나는 고기가 들어있는 가츠카레를 시켰다. 


오랜만에 파리에서 프랑스어를 쓰는 순간이었다. 


주문을 하며 프랑스인들이 주로 끝에 꼭 붙이는, 


"une carafe d'eau s'il vous plaît "

[윈 꺄하프 도 씰부쁠레], 물 주세요. (물 = 수돗물)

도 잊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주로 밖에서 케쥬얼하게 식사할 때는 항상 이렇게 시키고, 많은 가정집에서도 그냥 수돗물을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주문할 때 꼭 이렇게 끝에 붙여야 '프랑스인 행세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나는 잠시나마 프랑스 현지인이 된 듯한 느낌을 느껴본다. 


근데 현지인이 된듯한 느낌을 누리고 있던 것도 잠시 음식이 나왔고 맛을 봤다. 

'한국에서 먹던 그 카레 맛,,'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맛을 기대했건만 너무 익숙한 한국 카레맛이었고 속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기대했던 것과 달랐기 때문이다. 가격도 15유로로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식사였기에 아쉬운 마음이 좀 들었다. 


이렇게 잠시나마 프랑스에 있다는 들뜬 기분도 잠시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며, '이것도 경험이지'라고 생각하며 프랑스 파리의 첫날밤은 흘러갔다. 





파리, 넌 크게 변한게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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