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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May 04. 2019

아홉수지만 괜찮아!! :)

성공보다 실패가 훨씬 더 많았던 자랑스러운 청춘

예전엔 뛰었었지, 아주 빠르게. 지금은 난 더 빨리 걸을 수 있어!


유명 인디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물아홉 문득» 이란 노래 속 한 구절이다. 스무 살 때는 이 가사의 의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나, 아홉수가 된 지금은  백번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다.

«3호선 버터플라이»의 «스물아홉 문득»


퀘벡에서 오랫동안 저널리스트 활동을 했던 «Pierre Sormany»의 «Le Metier de journaliste»란 도서가 있다. 수십 년 묵은 이야기부터 앞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을 마주할 후배들을 향한 조언까지, 퀘벡 사정에 맞춘 저널리즘의 전반을 다룬 책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저널리즘의 지형: 한국의 기자와 뉴스»와 비슷한 느낌이다. 몬트리올에 살 때, 약 600페이지 정도 되는 이 책을 제대로 정독하고자, 한 땀 한 땀 모두 타이핑을 쳐서 word doc으로 옮겼는데 무려 5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Pierre Sormany»의 «Le Metier de journaliste»


그런데 이 대대적인 작업이 끝날 때 즈음, 책과 관련된 정보를 이것저것 찾다 보니, 
현지 공립 전자도서관에 공식 등록된 무료 열람 디지털 도서였고 심지어 PDF 파일 속 문구를 복사해서 붙여 넣는 작업 또한 가능했다. 종이도서를  구매했던 40$도 아까웠지만, 무엇보다 수개월에 걸쳐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타이핑을 친 시간과 노력의 가치가 수개월에 걸친 삽질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 씁쓸했다.


“바보야! 그 책 전자도서관에 PDF 파일로 있어! 그거 한 페이지씩 복사해서 붙여 넣기 식으로  옮기면 3일 안에 그 책 다 베낄 수 있어!”라고 누군가 내게 단 한마디만 해줬더라면, 수개월에 걸친 대대적인 삽질을 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네이티브 캐네디언 언니도, 영주권과 시민권이 있는 석박사 형님들도 ‘아니 퀘벡에 그런 게 다 있었어?’라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당혹스러워하시니…. 아무래도 피할 수 없었던 숙명적인 삽질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나름의 방법대로 아카이빙 한 자료들을 유연하게 적용시키는 방법, 영어든지 프랑스어든지 더 필요한 자료들은 굳이 남들 도움 안 받아도 스스로 찾아서 공부하고 연구하는 방법 등은 지구 반대편 몬트리올까지 가서  97.99%의 삽질 끝에 얻은 나름의 소중한 '창 끝 (End Of The Spear) 자산'이라면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나름의 노력으로 아카이빙 한 나만의 저널리즘 관련 자료들 :)


영화 시나리오를 포트폴리오라고 준비해서 디자인만 전문으로 취급하는 대학을 입학했던 것부터 시작해서, 전문하사, 셀 수 없이 많았던 대외활동,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인증샷 찰칵, 시베리아 횡단 열차, 스페인 까미노 등의 지구 한 바퀴 세계여행, 언론사 인턴, 아프리카와 캐나다 체류, 끝내 캐나다 유학의  꿈을 스스로 놓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 유도 단증은 왜 가지고 있는 건지 나 스스로 조차도 머릿속에서 지워졌을 만큼 수많은 이야기들을 짜깁기하면 1000페이지 분량의 자서전을 내도 성에 안찰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추억이자 경험이자 나만의 자산들이다.


항상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돌이켜보면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았던 청춘이었다. 그냥 내 존재 자체를 떠받들어주고 항상 나만을 배려해주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었다면, 혹은 충분한 인큐베이팅 텀을 가졌더라면 그나마 무난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던 청춘이었겠지만, 그토록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커뮤니티를 거치면서 그런 이들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항상 나 스스로가 열심히 해서 남들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사람들이 그나마 숨통을 조금씩 트여줬던 기억들 뿐이다. 아직 배워야 할 점이 훨씬 많지만 그래도 모진 구석으로 가득했던 이십 대 초반의 나를 돌이켜 봤을 때, 지금은 확실하게 많이 둥글둥글 해진 것 같다.


모든 선택이 후회 없이 값졌던 최선의 선택들 뿐이었고 자랑스러운 청춘이었다!

옛날처럼 무작정 급하게 뛰지 않아도, 더 빨리 걷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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