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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기 좋은 아이템, '애플페이'

기자수첩에도 담지 못한 진짜 이야기

by 성진이

애플페이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새로운 결제 수단이 도입된 사건이 아니라, 국내 간편결제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들고 기존 플레이어들의 전략 변화를 유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기자들에게 애플페이는 취재하기 참 좋은 아이템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폰 유저가 큰 관심을 갖고 있는데, 정작 계약 당사자는 애플과의 비밀유지계약(NDA) 때문에 한마디도 발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당사자는 카드사는 5분 후에 애플페이를 론칭하더라도 언론에 한마디도 못한다. 그나마 업계 이해관계자 일부가 "이거 말하면 안되는건데.."라며 조금씩 풀어주는 정보들을 어렵게 어렵게 조합해서 기자들은 기사를 쓴다.


추측하건데 2금융권 출입 기자들이 가장 취재하기 좋으면서도 역설적으로 싫어하는 아이템이 '애플페이'라고 본다. 필드에서 취재원은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없는 수준인데, 여기 저기서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고, 흉내라도 내야 하니 말이다. 열악한 취재 환경 탓에 제대로 취재도 안된 '카더라' 뉴스가 판을 친다. 웹 포털에 '애플페이 초읽기'라고 검색하면, 제대로 취재가 들어가지 않은 수만개의 같은 내용 기사가 쏟아지는 이유다.


내가 봤을 때, 애플페이 아이템은 당사자 실제 이름을 까버리거나, 특정 도입시기를 찍어놓고 기사를 쓰는 건 대단히 위험한 행위다. 근데 뭐 이건 내 생각이고... 다수의 기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어쩌라고'식으로 기사를 쓰는 것 같다.


가끔 보면 뜬금없이 "다음달 도입 예정", "다다음달 도입 예정" 이란 제목의 기사가 오픈된다. 이런 기사들이 뜰 때 마다 아이폰 유저는 심쿵한다. 해당 기사들을 보고, 내가 신뢰하는 취재원들한테 연락을 한다. 경험상 내게 돌아오는 95% 이상의 답변은 "그거 아닌데요 기자님"이다. 취재원이 아니라고 말해주니, 나는 또 기사에 "아니라고 하더라"라고 쓴다.


어렵게 취재한 내용을 십자수 놓듯 한올 한올 정성스럽게 정리해서 데스크에 넘긴다. 출고된 기사를 본 독자들은 마치 내가 애플페이 도입을 막은 것 처럼 비유하면서 쌍욕한다. 최근에는 '조삼성'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삼성에서 혜택 받는 건 0.001%도 없는 순도 98% 앱등이인데 말이다. 옛날에 전 직장에서 자본시장부 출입할 때 HTS가 윈도우만 작동해서 회삿돈으로 삼성컴퓨터 한번 구매 한 것 빼곤 줄곧 애플 제품만 사용 중이다.


아무튼 지나고 보면, 수만개의 "다음달 도입 예정", "다다음달 도입 예정" 제목 기사를 보고 우라까이(어뷰징)를 하는 것 보단, 신뢰하는 취재원들이 해준 말이 대부분 맞다. 사실상 다수의 기자들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달 도입 예정", "다다음달 도입 예정" 제목 기사를 쓰는 건데, 가끔씩은 도를 넘을 정도로.. 저세상 내용을 마치 확신하듯 쓰는 기사들도 많이 있다.


해당 기업 언론홍보 담당자한테 "00일보에 쓴 내용 진짜에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 반응은 수화기 넘어 한숨을 쉬면서 헛웃음을 짓는다. 더이상 설명해주지 않아도, 그들의 헛웃음이 언론홍보계의 모든 현황을 말해준다.


당장이라도 실현될 것 같은 애플페이 추가 진입 카드사와 교통카드는 2년 째 초읽기다.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내 취재원들이 그렇게 말해준 걸 나보고 어쩌라고"라는 반응이다. 물론 나도 기사를 쓰면서 틀릴 때가 종종 있다. 사실 이게 기자의 잘못이라기 보단 취재원이 잘못된 정보를 알려줬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당사자인 기자한테 책임 소지가 없다는 건 아니다. 한번 두번이야 틀린 내용을 취재해서 보도할 수 있겠다만 대부분 기사가 틀린 내용이라면, '취재원을 바꿔야 하는 게 아닌지'.. 일말의 자기 반성이라도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나는.. 학교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매우 바쁘다. 한가한 애플페이 얘기 말고, 사실 데이터 분석해야 하는데..문득 "내가 그동안 애플페이 기사를 몇개나 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제목에 '애플페이'가 들어간 내 발제 기사를 스크랩 해보니, 2022년부터 2025년 2월 20일까지 발제만 총 55개를 썼다. 사실 유관 보도자료나 다른 기사 내용 중 애플페이 내용을 언급한 건 훨씬 많은데 어찌됐든 읽어줄만한 발제 기사만 취합하니, 이정도다. 이제는 애플페이에 대한 수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시기가 된 것 같아, 기자수첩에도 담지 못한 진짜 썰를 브런치에서 풀려고 한다.


*p.s_

이거 보면, 기자들이나 업계 사람들이.. 뭐라고 할 것 같긴 한데..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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