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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May 24. 2022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건가 아닌 건가 모르겠다.


전에 인싸와 아싸에 대해서 글을 썼던 적이 있다. 그때 글을 썼을 당시 나는 연차가 쌓인 사원급의 직원으로 철저히 아웃사이더의 삶을 누리던 시기였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선 유독 사람들과 친해지는 게 어려웠다.. 고 생각했는데 이직을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보면 나는 애초에 사교적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뭐 여튼간에 근 10년을 혼자 다니다 보니 혼자인 것이 편하다.


독립영화인 ‘혼자 사는 사람들’의 주인공은 늘 혼자 다니고, 회사에서 먼저 다가오는 후배에게 매몰차게 선을 긋는다. 그러다 후배는 회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다. 주인공은 그 후배의 사건과 더불어서 여러 가지 사건을 계기로 혼자임을 고집했던 태도를 바꾸려 노력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너무 나와 비슷한 주인공이었기에 굉장히 몰입하여 감명 깊게 봤다. 그 후로 나는 한동안 주변 이웃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으로 내 행동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고는 주변에 관심을 두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만 역시나 영화처럼 극적인 사건들이 없어서 그런 건지 금세 그만두고 말았다.


앞서 말한 영화의 주인공은 일을 잘하는 우수 사원이다. 주인공은 그래서인지 상사에게 후배를 맡으라는 업무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보편적 정서 ‘챙겨주기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챙겨줌 보통 공적으로 사적으로 모두 해당된다. 종종 점심을 함께 먹는다던지, 커피를 사준다던지, 따로 면담을 던지, 회식을 한다던지, 엠티를 간다던지누구든지 어느 정도 짬이  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배를 챙겨 주라는 임무를 가지게 된다. 나의 경우도 이제 10 차가  되어가다 보니 그런 요구를 들을 때가 있다. 매우 어려운 요구 사항이다. 물론 나는 업무적으로는 이미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고 챙겨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험과 정보,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다만 사적으로 말을 걸고, 사생활을 파악하고, 면담스러운 대화를 나누거나 하는 것은짬이 찬다고 해도  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뉴스에서 보면 요즘 MZ세대들은 사생활을 중시하고, 회식도 싫어하고, 어디 멀리 엠티 가는 것도 싫어한다던데. 사생활도 중요시하고. 그 MZ세대가 나여서 그런지 나도 그 모든 게 신입사원 때부터 싫었다. 신입 사원 때부터 최대한 빨리 집중해서 업무를 끝내고 집에 가서 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루의 소박한 목표였다. 그 목표를 방해하는, 자꾸 말 거는 한량 같은 상사가 있으면 얼마나 속으로 애가 탔는지 모른다. 일과 퇴근밖에 모르는 바보랄까. 난 도대체 회사에서 왜 잡담을 나누고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지 모르겠는 것이다. 어차피 일하러 모인 공간이고, 일을 하다 보면 사적인 감정이 섞이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와 친해지다 보면 감정이 업무에 반영될 수도 있지 않은가.


인간은 일터에서 까지 어째서 화목한 분위기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되는 건지. 농경생활에서 이어져온 문화일까… 사회생활은 원래 그래… 단체 생활이니까… 라며 그러려니… 해야 하는 건지. 내향적인 인간은 회사 생활이 쉽지 않다. 휴… 그래도 그나마 전의 회사나 지금 회사나 개인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또한 대기업을 다닐 때보다는 세대 차이가 그리 심하지 않다. 모두 20-30대로 구성된 회사다 보니 뭐 그럭저럭 말이 통한다. 전에 대기업에서는 아빠뻘의 아저씨부터 고졸 출신 20대까지 모두가 한 일터에서 일을 했더랬다. 대화가 제대로 통할리 만무했다. 장기하 님의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책에 보면 나이로 인한 세대차이는 문화의 차이와 맞먹는다고 생각한다고 나오는데, 정말 맞는 말이 분명하다.


요즘 사장님과 면담을 하면 내가 어린 친구들을 좀 이끌고 챙겨주기를 원하는 뉘앙스가 언제나 섞여 있다. 개인적인 문제가 있는지, 소외되어 있지는 않은지 하는 것들을 면밀히 살피고 챙겨주라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어려운 일이다. 다른 직원들에게 관심이 없거나 싫어한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굳이 부자연스럽게 다가가 심리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가에 대해 또 그러려니.. 가 안 되는 것이다. 좋은 상사의 덕목에는 역시 그런 따듯한 보살핌이 들어가야 하는 걸까. 업무적으로 믿을 수 있는 상사, 공정하게 예민하게 업무를 분배하고 파악하는 상사, 잘된 성과는 나눠주고 잘못된 것은 책임질 수 있는 상사… 까지만 하면 안 되는 걸까. 나는 말단 신입 때 상사에게 바라던 것은 그것뿐이었는데. 그 이상의 사적 관심과 친분을 바란 적이 있었던가. 갑자기 주말에 우리 동네에 놀러 왔다며 나오라던 상사가 스쳐간다. 귀를 의심하며 거절했던 나였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적당히 철이 든, 눈치가 있는 배려심 있는 어른으로 보였으면 한다. 흠.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는 걸까? 정말 모르겠다. 나이가 들며 방심하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꼰대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래선 안된다. 내가 유난히 착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회사에 꼰대가 있으면 업무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로 퇴사하는 거면 몰라도 사람 문제로 퇴사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사람 문제는 주로 권력 구조 가운데에 발생한다는 것을 잘 알기에, 연차가 쌓일수록 꼰대가 되는 것을 경계 또 경계해야 한다. 작은 회사는 잘 키운 인재들이 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리스크인지 모른다.


인턴 분이 회식이 기대된다며, 어디 같이 놀러 가도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저것이 진심일까? 아님 그냥 하는 말일까? 헷갈린다. MBTI가 E라던데 그래서 그런 건가… 긁적… 난 이제 도무지 어린 친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나도 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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