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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Jun 20. 2022

부지런하다가 의도적으로 게으르게 산다.


요즘은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미라클 모닝을 많이들 하는 모양이다. 참 신기한 것이 몇 년 전의 나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개념을 모를 때부터 혼자서 그런 삶을 살았던 적이 있었다. 항상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을 했고, 아침의 3시간 정도는 책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며 보냈더랬다. 6시 반에 출근을 하곤 했으니 3시간을 그렇게 보내도 아침 9시 반이었다.


 단위로 계획을 세워둔 루틴을 마무리하고 나면 그게 그렇게 뿌듯했다.  뿌듯함 때문이었을까. 전날 야근을 해서 너무 피곤한 날도 강박적으로 정해놓은 루틴을 지키려고 했다. 내가 정해놓은 루틴을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건다던지 하여  분씩 틀어지는 것이 내심 속으로 짜증스러울 정도로 나는 강박적으로  루틴을 지키며 3년을 살았다. 몇몇 주변 사람들은 나의 그런 점을 좋게 봐주었고, 나도  모습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결국은 어느 시점이 되자 습관같던 아침 루틴도 그만두게 되었다. 제일 큰 이유는 건강이 망가져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미라클 모닝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돌이켜보면 나는 그때의 내가 안쓰럽다. 다시 돌아간다면  당시의 나에게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아마도 그 강박적인 루틴은 수많은 불안감이 원천이 되어 생겨났던 것 같다. 앞날에 대한 걱정을 대비하고자 만든 나만의 방식. 불안감 때문에 항상 다음을 빨리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시간을 쪼개서 공부를 했고, 건강이 안 좋아질 수 도 있으니 운동을 하고, 전반적인 국제 상황을 알아야 도태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뉴스와 책을 읽으며 트렌드와 정보를 쫒았다. 문제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아침에 알람과 함께 눈을 뜨면 드는 생각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라는 고통스러움이었다. 나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아마 그 때문에 몸도 점점 안 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2018년 2019년 연달아 수술을 하면서 스스로 브레이크를 거는 법을 배울 수밖에 없었다. 과부하되지 않도록 조절해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김영하 작가님이 알쓸신잡에 나와 말하시길 사람이 너무 열심히 살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사람이 100프로를 쓰고 살면 큰일 난다!"라고 단언하셨다. 근데 그게 정말 맞는 말이다. 사람이 적당히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줘야 긴장을 풀고 다음을 위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쓸데없는 시간일지라도 그 안온한 시간이 있어야 사는 맛이 생긴다. 아니 김영하 작가님 말대로 큰일난다…! 일분일초를 나눠서 쓰는 것은, 능력의 100프로를 쓰며 살려는 것은 큰일나는 행위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내 몸을 갈아 넣으며 깨달았다.


사람은 적당히 쉬어줘야 한다. 물론 열심히 했을 때 별다른 무리가 안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범인들은 그렇게 살 수 없다. 김영하 작가님은 함부로 앉지 않고 집에서는 대부분 누워계신다고 한다. 나도 요즘은 쉴 때 최대한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으려고 한다. 일요일 오후, 주말을 돌이켜보니 많이 자고, 맛있는 걸 먹고, 안 자더라도 일단은 많이 누워있었다. 마지막 12시를 앞두고 간단한 글을 적기까지 했다. 완벽한 쉼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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