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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rce Sep 01. 2023

생각보다 서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신두리 해변은 서해에 위치한 해변가다. 해수욕과 조개잡이도 할 수 있는 곳이다. 마침 펜션이 바다 바로 앞에 있어서 창을 통해 석양이 드리우는 시간부터 밤바다까지 주욱 감상할 수 있었다. 큰 기대 없이 온 곳이었지만 내 기억 속의 서해가 상당히 격하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해가 아름답게 느껴졌다.


기억 속의 서해의 대표적 이미지는 똥물이다. 뻘 때문에 갈색이거나 만조가 되어서도 물이 흐릿흐릿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다. 만조는 또 해 질 무렵에나 되기 때문에 낮 동안에는 똥 같은 갯벌만 봐야 한다. 동해의 새파란 바다나 제주의 에메랄드빛 바다와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인지 꽤 오랫동안 굳이 서해를 찾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랜만에 찾은 서해바다가 좋았다. 뻘의 느낌도 오랜만에 보니 새로웠다. 광활한 자연 그 자체였달까. 서서히 물이 들어올 때는 투명한 하늘색의 바다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밤에는 산책을 했는데 갯벌이 있는 바다여서 그런지 수위가 아주 낮게 물이 찰랑였다. 그래서 수영 없이 바지만 걷고 깊은 바다까지 걸어서 들어갈 수가 있었다. 플래시를 켜고 바다를 비춰보면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어서 물고기를 찾는 재미도 있었다.


문득 어릴 때 엄마 회사 엠티를 따라가서 제부도에 갔던 때가 생각났다. 왁자지껄 하하 호호 즐거운 한 때가 있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어른들 틈에 끼지도 못하고 혼자 뻘인지 모래사장에서 모래만 벅벅 긁었던 기억. 사촌들과 강화도 여행을 갔던 것도 가물가물 생각난다. 그때 뻘에서 처음으로 조개도 잡아봤다. 첫 차로 10년 넘은 똥차를 중고로 구매해 동네 친구들을 다 태우고 대부도에 놀러 가던 때도 생각났다.


오랜만에 찾아간 곳은 드문 드문 그 장소와 관련된 기억들을 되새기게 해 준다. 서해를 오해해서 잘 안 찾은 덕인지. 오랜만에 반가운 추억들을 꺼내봤다.


그러고 보면 서해는 늘 생각보다 괜찮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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