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수영
한 달을 채울 수 있을까 걱정 되었던 수영이 두 달째가 되었다. 수영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신 없지만 수영장 밖의 일은 정신이 들기도 하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정신을 차려서 수영을 해 보기로 했다. 강사에게 어떻게 하면 수영 실력이 늘 수 있냐 물었더니 주중에 배운 것을 주말 자유 수영을 하며 복습해 보라 했다. 그 말을 듣고 토요일 오전 자유수영 시간에 맞춰 수영장을 찾았다. 수영을 대하는 자세가 한 달 만에 하늘과 땅 차이로 바뀐 것이다. 쉬는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자유수영을 간다니!!
토요일 오전 9시, 내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수영장에서 자유 수영을 하고 있었다. 한 달간 일주일에 세 번 강습을 받는 레인이 자유수영 날에도 ‘초급’레인 이었다. 낯익은 얼굴이 한 명도 없었지만 레인이 익숙해서 인지 처음 수영레슨을 받으러 온 날 보다 어색하지는 않았다. 한 달간 배웠던 것들을 하나씩 연습해 보았다. 발차기, 스트로크(팔 돌리기), 숨쉬기 그리고 콤비네이션.
아직 25미터를 멈추지 않고 갈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컨디션이 좋으면 한 번, 그렇지 않으면 두 세 번은 멈춰 섰다 다시 가야 하는 실력 이었다. 쉬지 않고 한 번에 25미터를 가는 것 보다 스트로크와 숨쉬기의 콤비네이션을 제대로 맞춰야 했다. 숨을 참고 발차기와 스트로크만으로 전진 하다 중간에 죽을 것 같을 때 딱 한번 숨을 쉬고 다시 숨을 참고 가면 25미터를 갈 수 있지만, 이렇게 한 번 하면 그 다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다. 스트로크에 자연스레 숨쉬기가 되는 것이 중요했다.
강사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것부터 차근차근 연습했다. 왼팔이 리커버리 되어 돌아 올 때 자꾸 굽혀진다 했다. 오른 팔을 돌릴때는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어깨가 돌아가 팔이 펴져 돌아가는데, 왼팔을 돌릴때는 제대로 롤링이 되지 않는 다는 것. 그런데 신기한 건 호흡을 하지 않을때도 오른팔은 펴져서 돌아가는데 왼팔은 잘 되지 않는 다는 것. 오른팔을 돌릴때의 느낌과 리듬을 잘 살려야 하는데 왼팔을 돌리며 롤링을 시도하면 몸이 균형을 잃었다. 한 시간 동안 스트로크 연습에 집중 했다. 열심히 연습 했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몸이 균형을 잃고 좌 우로 흔들렸다. 왼팔을 피려고 신경쓰다 보니 점점 어깨가 아파왔다.
몸도 힘들고 뭔가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쉬고 있는데 연세 지긋하신 분께서 내게 수영을 얼마나 배웠냐고 물어 보셨다. 한달 되었다고 하니, 서 너 달 배운 줄 알았다며, 본인은 처음에 자유형이 진도가 안 나가 포기했다 다시 등록하고 또 포기했다 다시 등록하기를 1년도 넘게 했다며, 그렇게 한참 고생하고서야 자유형을 하게 되었다며 포기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물 먹는거 겁내지 말고 열심히 먹다 보면 물 안먹는 법이 몸으로 체득 된다며 물 안먹으려고 애 쓰는 것 보다 그냥 몇 모금 마시면 어떠랴, 생각하면 금새 물 안먹게 된다고 하셨다. 1분 쯤 이었을까? 그 어르신과 대화를 한 시간이. 그 1분이 지난 한 달보다 더 크게 동기 부여가 되었다.
1미터 30센티미터 깊이의 수영장에서 물에 가라 앉는게 어려울까, 물에 뜨는게 어려울까.
물을 안 먹이려 바둥 거리는게 어려울까, 물을 먹으며 본능적으로 물 안먹는 법을 익히는게 어려울까.
그래도 한 달 전 물 속에서 살아보겠다고 바둥바둥 거리던 내가 스트로크 라는것도 하고, 호흡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발전 인가. 이제 ‘여유’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기 까지 하니! 물론 여유를 부릴수 있을 만큼의 여유는 없지만 여유를 논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진정한 수영인의 첫 걸음을 뗀건 아닐까.
자, 다음 주 부터는 물 안 먹으려고 하지 않기로! 중간에 포기 하지 않고 한 스트로크 더 가 보기로!
** 자유수영
수영장 마다 시간이 좀 다르지만, 대부분 주말은 자유수영으로 운영된다. 한 타임이 1시간 30분 이고, 중간에 30분 쉬고 다시 다음 타임으로 이어진다. 몇 곳을 제외하고는 ‘킥보드(킥판)’은 개인이 가져와 사용할 수 있지만 나머지 수영 장비들은 사용 할 수 없다. 오리발, 센터스노클등의 장비가 강사가 없어 상대방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강습을 하는 실내 수영장은 레쉬가드나 워터파크등에서 입는 수영복이 아닌 실내수영장용 수영복을 착용해야 하고, 당연히 수영용 모자를 써야 한다.
레인에는 기초, 중급, 상급으로 표시가 되어 있고, 자기 수준에 맞춰 자유수영을 하면 되고, 보통 스타트를 하는 레인의 왼쪽은 비워 두는 것이 예의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면 레인의 왼쪽에서 다른 사람들이 수영을 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