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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rabooks Jun 13. 2020

뉴욕의 디자이너, 파리의 작가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나만의 서재' 만들기

책을 순수하게 좋아하는 사람한테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그녀도 그랬다. 올해 100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고 글이 담백하고 진심 같았다. 그래서일까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히 소통하는 그녀에게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직 그녀를 잘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계란 껍데기를 깨고 세상으로 나와 꿈을 펼쳐보려는 시간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인스타그램 (@readn_grow )에 피드를 올렸다.


간단한 프로젝트 소개:

책을 사랑하는 인친님들과 공간 디자이너인 저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예요. 저와 마음이 맞는 한분씩 정해서 저는 그분이 꿈꾸시는 '나만의 서재'를 디자인해드리고, 같이 하시는 인친님은 책이 나에게 주는 의미나 꿈꾸는 공간이 주는 의미 등을 글로 공유해 주실 예정입니다. 프로젝트는 매거진 형식으로 연재할 계획입니다.


마침 나는 우리 집 마지막 한 구석을 서재로 탈바꿈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중이었고, 그 피드가 마치 나를 위한 것만 같았다. 물론 프로젝트는 실제가 아닌 '꿈의 서재'를 완성하는 것에 더 가까웠지만, 생각하는 김에 '더 구체적으로 원하는 서재'를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그녀는  나만의 서재를 만드는 데 있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끌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피드백을 주었다. 상상하는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보길 권유하기도 하고, 글로도 표현하게끔 하며 여러 경로를 통해서 가장 최상의 디자인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스토리를 생각해서 어떤 영화나 책에서 나온 한 장면이라던지, 만화에서 나오는 상상의 공간. 이런 식으로 생각의 틀을 깨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포인트예요'


누군가 나의 서재를 위해 이렇게 정성을 들인다고 생각하니 그저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그렇게 나는 내 방식대로 우선 글로 풀어보기로 하며 아래처럼 메일을 보냈다.




지선 디자이너님,

정성 들여 제안해주신 기획서를 보며 저도 글을 써보았어요.

글 쓰며 괜스레 울컥하네요. 이런 소중한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꿈의 공간》


24시간 마음껏 꿈꿀 수 없을까?


꿈나라에서 보내는 8시간, 자아실현이라 쓰고 실제로는 8시간 내내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꿔주는 8시간을 빼면 하루 8시간만 온전히 내 시간이 된다.



그 8시간 마저도 의식하지 않으면 손가락 사이로 주르륵 흘러가는 게 시간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부여잡고 싶었다. 멈출 수만 있다면 무한정 멈춰놓고, 내가 원하는 걸 따라잡을 수 있을 만큼 이뤄둔 후에 놓아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시간을 멈추게 하는 장소, 나에게는 책이 있는 곳 모든 곳이었다. 누군가는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보여도, 나에게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 같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을 읽었다. 책을 쓴 사람에게는 그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닮아가고 싶은 책들에 빠지면 가슴이 떨려서 잠을 못 이루는 날도 많았다.



세상에 좋은 책들도 넘쳐나지만, 언젠가부터는 좋은 책을 여러 번 읽는 습관이 생겼다. 삶의 경험과 깊이에 따라 책도 읽히는 깊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책들만 모아서 집 전체에 펴지가 보이게끔 배치를 해두었다. 표지만 봐도 작가가 무슨 말을 건네는지 뻔히 아는 그런 책들 말이다. 거실, 복도, 방 그리고 화장실마저도 나에게 영감을 주는 책으로 온통 둘러싸여 있다.



마주칠 때마다 작가와 교감한다.


'나 지금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자극 좀 줘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구나. 머리도 마음도 비워'


'오늘은 여유롭게 예술작품을 느끼고 싶은 날이에요'


'과거로 데러 가 주세요'


그날의 기분과 마음가짐에 따라 네게 말을 거는 책들도 달랐다.


때로는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될 때도 있었다.


그러다 책을 좋아하는 디자이너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뉴욕에 사는 그녀, 파리에 사는 나. 우리의 인연은 책으로 시작되었다. 시차와 공간을 넘나들며 우리는 책으로 교감했다. 마치 만나야 할 인연인 것만 같았다.


그녀는 나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내 머릿속에 있는 꿈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어떤 스타일의 서재를 원했어요?'


'왜 이런 서재를 원하세요?'


무한정 꿈꿀 수 있는 공간. 서재에 들어가면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 못할 정도로 멋진 책들로 둘러싸인 나만의 공간. 지금보다 더 깊게 사색할 공간을 만들고 싶어 졌다. 그렇게 우리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뉴욕과 파리 사이 시차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바로 회신이 날아왔다.

 

소라님,


일상도 바쁘신데 혹시나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메시지를 보내고도 좀 우려했는데 이렇게 진솔하게 마음을 털어놓는 글 정말 감사해요.


갑자기 20대 초반에 꿈이라는 걸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막막할 때 읽었던 책의 구절이 생각나네요. '간절히 온 마음을 다해서 바라면 우주가 도와준다.' 하지만 우주가 어떻게 나를 도와주지? 그저 열심히 노력하고 하늘에 운을 맡기라는 건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이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지난 10년 넘는 시간 동안 간절한 마음으로 꿈을 향해 달려왔고, 이제 뒤돌아보니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그건 우주가 아니라 나의 간절한 마음이 누군가의 마음에 가서 닿은 거라고요. 저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서 그렇게 잘 모르는 사람들도 저를 도와주고 그 덕에 제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그분들도 그런 도움을 받고 그 자리에 가셨겠죠.

소라 님 글을 보고 또 잠시 감상에 빠져 글이 길어졌네요. 슬픔과 상실로 가득한 요 며칠이었는데 큰 위로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

또 연락드릴게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나는 어떤 서재가 탄생할지를 상상하며  오랜만에 두근 거리는 마음에 들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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