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모르는 맛집을 찾아다니던 재미에 푹 빠져 살았던 샹젤리제를 떠난 지 꼭 6개월 만이다. 전전 직장을 퇴사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짧은 기간 안에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출근길 모닝커피
다시 이곳으로 출근하니 친정 오는 것처럼 마음이 편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몰리는 곳 중 하나지만, 이른 오전 9시 전에 텅텅 빈 거리를 걷고 있다면 마치 진짜 파리지앤느가 된 것 같아 더 신나는 거리다.
집에서 회사 내 자리까지 걸리는 시간 40분. 너무 짧지도 그렇다고 부담되지도 않는 거리. 이 적당함이 좋다.
새로 이직한 곳에서의 나의 온도도 '적당함'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봤을 때, 처음부터 회사를 대하는 내 마음이 너무 뜨거우면 식었을 때 의욕이 더 크게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너무 차가우면 아무런 의욕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의 네 번째 회사인 이곳에서 내가 선택한 방식은 미지근함이다. 열기가 있지만, 뜨겁지 않아 누굴 다치게 하지도 않는 온도. 냉기도 조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을 함부로 하지 않을 온도.
딱 그 정도면 회사생활은 크게 나쁘지도, 크게 좋을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1월에 입사하고 6월에 퇴사해서 다시 6월에 새로운 곳으로 입사. 정말 굵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스쳐 지나간다.
내가 의도하지 않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더 크게 느끼는 한 가지는, 이 모든 것은 나를 너무나 사랑하는 하나님의 큰 계획이었다는 것.
나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나, 그분은 나를 위해 이미 길을 다 마련해두시고 필요한 곳에서 알맞게 쓰임 받을 수 있게 마련해두신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 두려워말고 앞으로 나아가길, 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에도 얼마나 많은 길을 나아가게 하셨는지 되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