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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에 Jul 02. 2022

98년 그리고 오늘날, 코소보 전쟁을 기억하는 전시

6월 전시, kamel mennour (Paris)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91년의 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의 내전에 대해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자 적어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요시프 브로즈 티토(Josip Broz Tito)는 발칸 반도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 이렇게 6개의 공화국을 유고슬라비아 연방으로 통합시켰다. 2차 대전 동안의 다문화, 다인종, 그리고 가톨릭, 그리스 정교, 이슬람의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고, 공산주의 이념을 고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지속시키는 것 같았으나 그의 죽음으로 유고슬라비아는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세르비아 중심의 민족주의를 주장하면서 시작된, 앞서 언급했던 91년 유고슬라비아 내전은 과거의 갈등, 동시에 학살이란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그리고 나토의 개입을 통한 보스니아의 독립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세르비아의 자치주로 남겨져 있던 보이보디나와 코소보 이 중, 2008년 코소보는 독립을 선언했지만, 오늘날까지도 미승인 국가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코소보와 세르비아 사이의 코소보 전쟁이 발발했던 98년 3월, 그리고 약 1년 뒤인 99년 4월. 13살의 소년 알바니아계 코소보인인 페트리 할리라지(Petrit Halilaj)는 알바니아에 위치한 난민 캠프에서 이탈리아 정신의학자인 쟈코모 폴리(Giacomo poli)를 만나게 된다.



전쟁을 경험한 어린아이들의 가공되지 않은 유리를 통한 시각은 투명하거나 혹은 일그러져 있다. 마치 현실이 일그러져 있는 것처럼 혹은 일그러진 현실이 투명한 것처럼.


그들의 정체성을 확립시킬 수 있었던 교육과 문화적 교류가 부재했던 당시, 전쟁에 대한 경험을 발산하는 방법으로 닥터 폴리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인 그림을 그리게 하였다. 치료를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아이들이 전쟁에 대한 경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할리라지는 그가 경험한 전쟁, 미디어나 상상 속의 상징적인 전쟁 혹은 상상 속 풍경을 그렸다. 이 38점의 데상 연작은 2020년 뉴욕의 퀸스 박물관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Kamel menoour, 6 Rue du Pont de Lodi, Paris 6


Very volcanic over this green feather (Papagall)


이 전시는 카멜 므누르(Kamel Mennour)에서의 그의 네 번째 전시이다. 카멜 므누르는 파리 6구에 셋, 8구에 하나의 전시장을 가진 대형 갤러리로 다니엘 뷰렌(Daniel Buren), 아니쉬 카푸어(Anish Kappor), 이우환(Lee Ufan) 등 약 마흔 명의 유명 작가들과 함께하고 있다. 6구의 전시장만을 방문하였고 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전시실 끝까지 이어진 자연광 아래,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대자연의 모습이 그려진다. 형형색색의 공작새, 네발짐승과 나무들, 저 멀리 날아다니는 조류. 그리고 그 끝 작은 인물이 눈에 띈다.



마치 자연 속에서 길을 잃은 듯한 넝마를 입고 있는 우는 소년. 짐작해 보건대 여기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대자연의 강활함뿐만은 아닐 것이다. 여기 이 울고 있는 소년을 등지고 앞을 바라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건 머릿속에서 잠시 잠깐 외면했던 현실이다.



피갑칠을 한 칼과 총을 든 군인,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항복과 구원을 부르짖은 사람들.



전쟁의 잔인함, 잔혹함, 잔악함.

어른들, 지도자들의 이해관계를 너머 예방하기 어려운 다른 차원의 무언가. 무방비하게 노출된 민간인과 군인의 이분화. 살생을 자행하는 능동적인 태도와 저항의 흔적마저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의 끝. 달아나거나 살해되거나, 혹은 달아나는 도중 살해되거나. 과연 어린아이들이 이 같은 행포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혹은 받아들이게 될까? 충격과 공포, 그리고 삶의 이면을 되돌아보게 된다.


20세기 말 문화와 종교를 기반으로 성장한 민족성의 충돌, 그리고 그로 인한 학살과 공포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오늘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전쟁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먼 법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이어주는 유일한 사건일지도 모른다. 


 페트리 할리라지(Petrit Halilaj)는 1986년 코소보에서 태어나 코소보, 이탈리아, 독일을 기점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나라의 최근 역사들과 관련이 있고, 정치적 문화적 긴장감의 결과물들이다. 그리고 할리라지의 전쟁에 대한 경험은 그의 창작 활동에 있어서 여전히 강한 모티브와 소스로 존재한다. 마치 잊지 않으려는 혹은 잊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듯하다. 개인의 경험, 사랑하는 사랑과 나누었던 순간 나아가 자유와 문화적 정체성을 그리는 그의 작품들은 비교적 하나의 놀이를 보는 것처럼 가벼움과 동시에 그가 말하는 자유에 대한 갈증과 고통에 대한 버거움이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 내게 닿았다.         


글을 마치며, 

이 작품들은 7월 23일까지 파리의 6구의 전시실(6 Rue du Pont de Lodi)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그는 7월 22일 코소보에서 열리는 마니페스타 14 프리스티나(Manifesta 14 Pristina)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 및 작가 자료

Very volcanic over this green feather (papagall), Petrit Halilaj, Kamel menoour, 6 Rue du Pont de Lodi, Paris 6 (2022 6.8 ~ 7.23), communique de presse
 Artist Petrit Halilaj’s childhood drawings from the Kosovan War | Tate

https://www.youtube.com/watch?v=agUTqlyOH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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