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소염제의 기전, 부작용, 위험성 그리고 꼭 알아야 할 2가지
여러분은 열 나거나 아플 때 어떻게 하시나요? 약국에 가서 "진통제 하나 주세요" 혹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부루펜 하나 주세요" 라고 말하진 않나요?
진통소염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약입니다. 아스피린, 부루펜, 낙센, 에어탈 등 수십여종이 있습니다.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없이 누구나 약국이나 마트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함부로 먹게 되면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왜 그러한지 또 어떤 대책이 있는지 오늘은 진통소염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우리가 왜 아픈지부터 살펴보지요. 조금 어려운 설명이지만 제가 보여드리는 그림과 설명을 잘 이해하면서 따라오시면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상처나 감염으로 인해 세포가 손상되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이 합성됩니다. 이것이 염증을 유발하고 통증을 느끼게 만드는 원인물질이에요! 우리가 먹는 진통소염제는 위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여기저기서 만들어지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줄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체 여러 부위 통증과 염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프로스타글란딘이 꼭 염증을 유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닌데요. 일부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작용도 합니다. 특히 위장과 혈소판, 신장, 내피세포에서 보호기능을 합니다. 하지만 진통소염제를 먹게 되면 이런 유익한 작용까지도 억제되다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특히 위에서는 궤양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위궤양 말고도 과다 복용할 경우 내부장기 출혈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결과를 볼까요? 진통소염제의 과다복용 실태에 관한 연구입니다.
이 연구에는 1,326명의 사람들이 참여하였고, 일주일동안 매일 약품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들은 모두 이부프로펜(부루펜과 동일한 성분)을 복용하였고, 87%는 약국에서 처방전없이 약을 구입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표에서 보듯 이부프로펜 복용자의 11%가 일일 최대 허용량을 넘는 용량을 복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스피린은 0.6%로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나프록센(우리나라에선 낙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은 23%, 멜록시캄(상품명 모빅)은 43%, 디클로페낙(상품명 디낙스)은 27%가 일일 최대 허용량을 넘는 용량을 복용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연구의 결과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통소염제가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으므로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환자 입장에선 통증조절이 잘 되지 않을 경우 의사의 전문적인 조언을 구하는 것보다 하나 더 사서 더 많은 용량을 복용하는 것이 훨씬 쉽고 간편한 방법이란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진통소염제를 기준용량보다 초과하면 안될까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모든 사물(事物)이 정도를 지나치면 도리어 안한 것만 못함이라는 뜻인데 이것은 세상 만물의 이치인 듯 싶어요. 모든 과하면 해롭죠. 그런데 진통소염제는 어디에 해로울까요?
이 논문은 위궤양의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입니다. 대표적인 진통소염제, 헬리코박터균, 흡연 3가지가 잠재적인 위험인자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 하실 때 제균하면 되지만 진통소염제와 흡연은 생활습관입니다! 첫번째 연구논문처럼 우리가 평상시에 습관적으로 일일 최대허용량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이런 것들이 쌓이다보면 결국엔 위궤양으로 커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진통소염제가 위궤양을 유발하는 위험도가 얼만큼 되는지도 궁금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연구논문을 준비해봤습니다.
위 논문은 저명한 의학저널인 Lancet에 실린 연구결과로 25개의 연구논문을 바탕으로 진통소염제와 헬리코박터 균의 위, 십이지장 궤양 위험도에 관한 메타연구입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과 진통소염제가 독립적으로 궤양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며, 진통소염제 단독으로도 위험도를 5배 높인다고 보고하였습니다. 진통소염제 단독으로도 위험도를 5배나 올린다는 것은 대단한 겁니다. 특히나 Lancet에 실린 결과라는 것이 우리가 이 결과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제 진통소염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그럼 이런 위험한 약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대규모 연구가 있어서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네덜란드 연구진이 헬리코박터균과 진통소염제로 인한 위궤양 출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연구자는 암스테르담 근교에서 1년동안 위궤양 출혈로 진단된 모든 환자를 파악하였는데요, 361명의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였고, 평균 31개월을 추적관찰하였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위궤양 출혈 환자의 52%가 진통소염제를 복용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환자중 17%만이 의사로부터 위궤양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습니다. 단지17%입니다.
이 연구가 전해주는 교훈이 무엇일까요? 배 아파서 한알, 두통 와서 한알, 생리통 와서 한알.... 진통소염제가 염증을 낮추고, 통증을 조절하는데 간편한 약이지만 의학적 감시없이 너무 무분별하게 복용하다보니 결국 수십년후 위궤양과 출혈 등 큰 재앙으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있을까요? 저는 두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타이레놀(성분명 아세트아미노펜)을 먼저 활용하세요. 웬만한 통증이라면 타이레놀로 충분합니다. 타이레놀의 장점은 다른 진통소염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타이레놀의 작용기전이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타이레놀 역시 사이클로옥시나제(COX)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지만 중추신경계를 통해 억제하다보니 말초장기에 영향을 주지 않아 프로스타글란딘의 긍정적인 역할을 억제하지 않은채 해열과 진통 효과를 발휘합니다. 위궤양이나 출혈 등 위장장애가 거의 없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몸이 찌부듯하고 열나며 여기저기 아플 때 의사를 만나서 처방을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타이레놀을 먼저 복용해보세요.
둘째, 그래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그땐 꼭 병원에 가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왜냐하면 위의 네덜란드 논문에서처럼 진통소염제는 상황에 따라 위산 억제제 등 위장을 보호할 수 있는 약물을 같이 복용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예방약물은 당연히 의사의 처방을 거쳐 복용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의 오해가 일반의약품은 처방이 필요없느니 내가 마음대로 먹어도 된다는 생각입니다. 잘못된 것입니다. 일반의약품은 가벼운 질환에 대해 병원을 찾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기 위해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약에 대해 의사 처방없이 구입하도록 허가된 약입니다. 중요한 것은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지 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논문에서보듯 많은 경우 용량 초과로 위궤양과 출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의약품도 원칙적으로 전문가인 의사의 처방을 거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진통소염제도 그렇게 복용하실 것을 권유합니다.
E-mail: dr_mingming@naver.co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