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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Jan 30. 2021

육아휴직 중간 점검

- 쉬는(?)동안의 일상들 & 소소한 성과들 -

2008년 미국에 온 뒤로 지난 10여년간 나는 계속 학생이거나 일을 해 왔었다.


2008 8월 - 2010 5월: 고등학교 11-12학년. 방학때 미국에서 자라온 초등학생들 수학, 과학 과외 . 학기 중에도 후배들 수학과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과외 .

2010 8월 - 2012 5월: 동네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Chemistry A.S. 학위 공부. 학교 과외 센터에서  하며 대학생들 상대로 수학, 과학, ESL 영어 과외 .

2012 8 - 2014 6:주립대 (UC Berkeley) 편입, Chemistry B.A. 학위 공부. 화학, 수학 수업 노트 필기 학교 & 학교 부설 프로그램에 제공하며 용돈 벌이. (각 학기마다, 각 수업마다 장애가 있거나 배움이 느린 학생들이 학교에 공식적으로 수업 필기내용을 요청 할 수 있다. 그러면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나, 수업을 듣지 않더라도 자원 하는 학생이 수업 같이 들으며 필기를 하고, 학교에 제출 하고, 학교가 필기를 요청한 학생에게 배분 한다.)

2014년 6월 - 2015년 5월: 동네 커뮤니티 컬리지로 돌아와 약대 원서 넣을때 필요한 몇과목을 추가로 들음. 학교 과외 센터에서 일하며 결혼 자금 (!) 마련함. (2015 3: 40-50여명 남짓 하객 모시고 결혼식.)

2015 8월 - 2019 8월: 약대에 들어가 Pharm.D. 학위 공부. 학기중에는 수업 노트 학교에 제공하며 용돈 벌이, 방학중에는 다른 프로그램 (검안의, 치과의사 ) 학생들에게 약학 101 가르치며 용돈 벌이. 동네 약국, 메디컬 그룹 등에서 인턴으로 일도 .

2019 6월 - 2020 11월: 1년간 메니지드케어 약사 레지던시 마친  약사로  .


그래서 2020년 11월 육아 휴직을 시작하며 참 기분이 묘했었다. 방학이나 휴가 기간도 아닌 이 시점에 이렇게 쉬어도 되나 괜히 어색...

... 하기는 무슨! 대놓고 쉴수 있어서 넘 좋았다.

둘째 예정일은 12월 2일이었고, 일은 11월 9일부터 쉬기 시작 했으니 거진 한달여 간 신생아 육아 걱정 없이 쉴수 있을 줄 알았었다.


그러나 아기가 2주정도 일찍 나왔고 최소 4주 정도는 꿀 빨며 지낼줄 알았던 기간이 2주 남짓으로 줄어들었다.

신생아 육아 2회차는 첫째 돌보는 것까지 병행 해야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둘째가 태어난 후 처음 하루 이틀 정도 첫째랑 둘째 같이 돌보는 법을 배우느라 마음이 힘들었었다.

그래도 곧잘 적응 하고 한 사흘 째 부터 일들과 상황들이 손에 익었던 것 같다.


***


원래 육아 휴직 기간 중간중간에 일 하는 회사 원격 로그인 시스템에 접속 해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 이메일 확인 하고, 또 내가 해오던 프로젝트를 넘겨 준 약사 동료 인수인계 관련 더 도와주고, 등등 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그리 하지 않으면 이메일이 하루에 20-30통씩 쌓일테고, 또 내 프로젝트를 넘겨받은 동료가 엑셀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육아 휴직 2일 차. 분명 그 전날엔 문제없이 로그인 할수 있었는데 오늘은 로그인이 안된다.

알고보니 인사과에서 로그인을 막은 것이었다. 회사 방침에 쉬는 동안 회사 일을 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그랬다.


때문에 (덕분에?) 육아휴직 동안 정말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로그인이 막혔단 걸 알게 된 날은 괜히 억울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인사과에게 새삼 고맙다.


***


그래서 그렇게 쉬는동안 무슨 일이 있었고, 또 나는 뭘 했나.


1. (당연한거지만) 둘째가 태어나 지금 70일 정도 되었다. 육아 휴직 덕분에 애가 원할때마다 젖을 물릴 수 있었고, 덕분에 아직까지는 완모 중.


2. 브런치에 기록을 좀 더 남겼다. 2020년 내내 거의 글을 안쓰다시피 하다가 육아휴직 전후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시즌 2 느낌?). 그러고 보니 지금 이 포스트가 브런치에 올리는 100번째 글인 것 같다.


3. 드디어 어플(VLLO)로 동영상 편집을 시도 해 봤다. 아이들 자라는 모습을 유투브에 소소하게 올리는 게 목적. 몇년 뒤에 아 그때 그랬지 하면서 돌아볼수 있게.


4. 스페인어 배우겠다고 어플(duo lingo)로 30-40여일 연속 열심히 달렸었다. 그러다가 어제오늘 이틀 연속으로 안함..

동-은-금-사파이어-루비 리그까지 올라갔었는데 아마 다시 사파이어로 떨어질 것 같다...


5. 책들도 꾸준히 읽어왔다. 주 3회 독서모임 (전화로 모여 1시간동안 돌아가며 소리 내서 읽는 모임) & 어플(리디북스)의 힘으로 지난 2달여간 꽤 많은 책을 끝냈다.

-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 A Man Called Ove (독서 클럽 진행중)

- 숨결이 바람 될 때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디북스로 혼자 읽는 중)


6. 세찬이랑 조금더 알찬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교구(!)를 만들어보았다. 코팅 기계 사서 몇일간 흐뭇했었지...

그런데 아이 데리고 무언가 꾸준히 시키는게 넘 어려운 것 같다.


7. 세찬이 세진이 성장 보드도 시작해 봄.

세찬이 키우며 진작부터 해주고 싶었는데 세진이 태어난 후에야 드디어 시작.


8. 네 가족 그림도 그려 봄.


***


분명 이 글은 나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며 시작 했는데, 쓰다보니 점점 육아 얘기로 빠지는 기분이다 ...


그래도 엄마일기2 카데고리 말고 오늘의얌교2 카데고리에 넣을 것이다!

하루 일과, 육아 휴직의 80-90%가 육아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분명 나의 일상이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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