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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r 20. 2021

왜 내 귀에서 쿠키가 나와요?

세진이 약 찾아오는 길에 세찬이 귀에서 나온 (?) 과자

모유 수유 하는 중이라 세진이가 매일 비타민 D 약을 따로 먹어야 한다.

하루에 1 mL 씩 스포이드로 방울 방울 주면 울지도 않고 잘 먹는다.


약 한병을 한달정도 먹는데, 약이 다 떨어져서 약국에 가 약을 찾아와야 했다.

집 근처 월마트 안에 있는 약국에 가는 김에 마트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기로 했다.


약국 문 닫기 전에 서둘러 남편, 세찬, 세진, 나 이렇게 넷이서 부랴부랴 월마트로 향했다.

가는 길에까지만 해도 세진이 약, 애들 샤워 비누, 어른들 샤워 비누 이렇게 세가지만 사면 되겠네~ 간단하네~ 했었다.

월마트 들어갈때에도 쇼핑카드 굳이 필요 없을것 같다며 세진이 유모차만 끌고 스윽 들어간 우리 가족이었지만 막상 가서 돌다보니 이것저것 더 사오게 되었다.


세진이 약.

세진이 옷이 많이 없는것 같아 6-9개월 용 옷 3벌.

가족들 좋아하는 과자 두어봉지.

시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쿠키 한 봉지.

세찬이가 고른 씨리얼. 남편이 고른 씨리얼.

세찬이가 고른 음료수.

세찬이가 고른 그래놀라 바.

애들 샤워 비누. 어른들 샤워 비누.

막판 계산대에서 세찬이가 고른 초콜렛.


계산 다 하고 나와서 남편하고 나하고 카시트에 애들을 한명씩 맡아 앉혔다.

남편이 세찬이를 앉히고, 내가 세진이를 앉히고.

세진이가 그새 자라 카시트가 조금 작아진건지 내가 끙끙 대고 있는 사이 남편은 진작 세찬이를 앉히고, 유모차 접어서 차 트렁크에 넣고, 장 봐온것들도 트렁크에 넣고 트렁크 문을 쾅 닫았다.


그런데 남편이 다시 세찬이쪽 차 문을 열더니 세찬이 귀를 만졌다.

세찬이가 스윽 돌아보자 남편은 손을 펴 보이며

너 귀에 쿠키 있었어!” 너스레를 떤다.

근데 세찬이는 또 그걸 믿고... ㅋㅋㅋ

(트렁크에 장 봐온 것들을 넣는중 남편이 쿠키 봉지를 열어 하나 슬쩍 가져다가 세찬이에게 준 것.)


“But 엄마, why did the cookie come from my ear?”

집에 가는 길 내내 세찬이는 아빠가 준 쿠키를

먹으며 싱글벙글 자기 귀에서 쿠키 나왔다고 신나했다.

조수석에 앉은 내가 스윽 뒤 돌아볼때마다 세찬이는 자기 귀 옆에 손을 대고 스윽 스윽 하면서 과자가 나오나 안나오나 확인해보기도 했다.


남편 유머 코드가 내 취향이라 빵 터질때가 많은데 이날 저녁도 딱 그랬다.

일 끝나고 피곤하고 비루한 몸이었지만, 가족들이랑 작게나마 쇼핑 같이 하고 하하호호 웃으며 집에 돌아오는 길이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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