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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y 15. 2024

아이의 스트레스

발달 검사가 싫은 3.5살, 축구가 싫은 7살

난 하나도 기억 안나지만 엄마를 통해 들은 어릴적 이야기가 하나 있다. 유치원때 내가 눈을 깜빡이는 틱이 있었다고 그러셨다. 유치원 선생님이 엄마보고


“선미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나요? 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 자꾸 눈을 깜빡 거리고 그러는데 크게 걱정 하진 마시고, 아이에게 언급 하지 마시고 그냥 스트레스를 최대한 안받게 하는쪽으로 해 보시면 금방 사라질수도 있으니 한번 지켜보고 격려 해주세요”


이당시에 피아노 학원이랑 발레 학원을 시작 했댔나? 아님 동생이 태어나서 그랬댔나? 아무튼 내가 네댓살쯤 받은 스트레스가 틱으로 표출 된적이 있다고 그랬었다. 선생님께 주의 들은 엄마가 무언가 조치를 취하셨고 그 이후로 틱은 점점 사라졌다고…


***


우리집 둘째 세진이는 지금 3.5살이다.


세진이가 4개월일때부터 어느 두 대학교에서 하는 언어 발달 관련 연구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6개월-2살때까지는 한달에 한번씩 하루종일 아이가 내는 소리를 녹음 해서 보내면 되는거였다.

2살 이후로 일년에 한번씩 언어 전문가 선생님들과 화상으로 만나서 언어 발달 과정을 인터뷰 하는 것이 추가 되었다. 선생님들이 여러 질문을 물어보고 아이들이 맞게/틀리게 대답 하는걸 바탕으로 연구 데이터를 만드시는 모양. 세진이가 2.5살때 첫 인터뷰가 있었고, 이제 3.5살이 되어서 지난 일요일 저녁에 한시간동안 인터뷰가 있었다.


처음에는 나이에 맞는 발달과정 질문부터 시작했다. 도형들 보고 단어로 표현 하기, 숫자 7까지 세기 등 세진이가 너무나 쉽게 대답할수 있는 질문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가 대답 잘 할때마다 단계가 올라가며 더 큰 아이들 용 질문까지 가는데 (6살: cat이랑 라임이 같은 단어 이야기 하기, 7살: 긴 이야기 선생님께 듣고 다시 자기 말로 반복하기 등) 뒤로 갈수록 세진이의 대답에 자신감이 없어졌다.

본인도 자꾸 “몰라요” 얘기 하면서 부끄러운지 몸을 베베 꼬고, 옆에 앉아 있던 내 품 속으로 자꾸 들어오려고 그러고.


3살 아이가 한시간 넘게 집중 잘 하며 대답 하는 걸 기특하게 보신 선생님이 자꾸 칭찬 해 주셨지만 인터뷰 끝으로 갈수록 세진이는 자꾸 숨으려 하고 정답을 모르는걸 부끄러워 했다.

옆에서 쭉 지켜보던 나는 내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 알파벳 소문자 b, 단어 shovel 같은 것들을 언제 아이가 스스로 터득하고 (할머니가 가르쳐주셔서 그럴수도 있겠지?) 있는게 신기할 따름이었는데.


아무튼 긴 인터뷰 시간이 끝나고 저녁에 좀 쉬고 놀다가 세진이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평소같으면 아침 6:30쯤 엄마랑 오빠보다도 일찍 일어나는 아기가 거의 8시가 될때까지 안일어났다.

월요일은 내가 재택근무 하는 날이라 아침에 세찬이 학교만 후다닥 데려다주고 집에 왔는데, 세진이가 1층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엄마(세진이 외할머니)한테 아이 부탁하고 난 2층 올라와 오전 내내 일을 했다. 그러고 점심시간에 내려가보니 아이가 아직까지 자고 있었다(!). 근데 무슨 유니콘 onesie를 입고 자고 있었다.


”세진이 살짝 깼었는데 열이 조금 있더라고. 그래서 해열제 한 알 먹였지. 자기가 춥다고 저 잠옷도 스스로 찾아서 껴입고 자는거야 지금” 라고 하는

엄마 말씀.

“혹시 어제 그 테스트 본거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가 물어봤어 내가. 그랬더니 그 테스트가 어려웠다고 그러대 세진이가? 혹시 아무말이나 하는건가 싶어서 내가 몇번을 다시 물어봤는데 그때마다 테스트가 어려워서 힘들었다고. 그래서 자기가 아픈거라고 그러더라.“


ㅠㅠ 뭔가 귀여운데 짠하고 대견한데 미안하기도 한 이런저런 복합 감정이 막 밀려왔다.

발달 인터뷰/테스트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열까지 난 세진이…


이번주 금요일에 운동발달 테스트도 있는데 아직 세진이한테 말도 못 꺼냈다. 목요일 저녁즈음 슬쩍 흘리며 알려줘야지.

내년에 4.5살 되면 테스트들이 마지막으로 한번 더 있을건데 그땐 스트레스 넘 많이 안받으면 좋겠다.


***


세찬이는 이번주말에 7살이 된다. 세찬이네 학교는 7월에 학년 시작하고 그 다음 해 6월 학년이 끝나는데, 5월생인 세찬이로서는 반에서 생일이 아주 늦은 편이다. 그래도 학교 과정도 너무나 잘 따라가고 있고, 또 반에서 키도 두번째로 제일 크다.


올해 2월부터 근처 도시에서 하는 어린이 축구 리그에 매주 가서 연습 하고, 주말에  다른 팀들과 경기도 하나씩 하고 축구에 살짝 맛을 들이고 있다. 세찬이네 팀에는 6-7살짜리 남자 아이들 8명이 있다. 축구 경기는 전반 & 후반 합쳐서 1시간.

이번 시즌의 정식 경기들은 지난주 토요일 경기가 끝이었는데, 팀들간에 승점들이 비슷비슷 해서 정식 경기 외에 또 토너먼트 형식의 play off를 이번주부터 추가로 하게 되었다.


월요일 5시에 첫 playoff가 있었다. 나는 재택 일이지만 8-5시 내내 컴퓨터 앞에 앉아있어야 해서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돌아온 남편이 세찬이를 데리고 경기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4시쯤 되자 세찬이가 집이 무너지랴 울기 시작했다. 축구 가기 싫다고 울기 시작한것이다.

아주 애기때나 그렇게 소리내서 엉엉 울었지 학교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막 운적은 없었는데.


거의 30분 넘게 엉엉 울다가 결국 경기에 가긴 갔는데, 가서도 고작 10분 남짓 경기에 참여 했다고 한다. 경기가 승부차기로 갔는데 아마 세찬이는 승부차기에서도 제외 된 모양이었다.


다음날 (오늘) 세찬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축구 갈때마다 자기는 잘 안뛰고 다른애들이 너무 잘 해서 재미가 없다고 그런다. 다음 시즌에 안하고 싶다고 슬쩍 비치는데, 벌써 엄마는 세찬이 가을 시즌 등록 해버렸는걸 어떡하지..

다음 시즌 시작하기 전에 엄마랑 공원 가서 일주일에 두번씩이라도 꼭 연습 같이 하자고 그랬다. 연습 하면서 생각을 한번 다시 해보자고 그랬더니 또 그러겠다고 하는 세찬이.


월요일 경기를 이겨서 오늘 저녁 또 경기가 있었는데, 세찬이랑 나랑 얘기 하면서 오늘 경기는 안가는게 낫겠다고 결론이 났다. 오늘 경기는 저녁 늦게였는데 아직 이겼는지 졌는지도 모르겠다.


세찬이가 엄마 닮아서 운동신경이 막 좋진 않은거같은데. 그래도 엄마랑 같이 축구 연습좀 해보고 그러면 자신감도 조금 더 붙고 그러지 않을까? 흑흑.


***


스트레스에 대해 쓰는김에 나의 요즘 스트레스를 살짝 적어보자면:

1 2022년에 집 산 이후로 재산세나 각종 금융 관련 내가 너무 무지해서 스트레스. 새로운 고지서 날아오고 그럴때마다 하나하나 공부 하는데, 말 그대로 산 넘어 산이다. 하나 해치우면 또 다른 고지서가 오고. 회사에서 보너스 나올때가 곧 되었는데 다 세금 등 내야할 돈으로 빠지겠지. 흑흑

2  집 모기지, 차 모기지, 집 정수 필터 모기지, 학생 론. 고정으로 다달이 빠지는 모기지/론이 넘 많다. 이것 이외에도 고정 지출이 꽤 된다..월급 들어와도 저축을 할수가 없고 적자 나기 마련.

3. 세찬이기 축구때문에 울고난 이후로 남편이 좀 쎄하게 대한다. 세찬이가 자꾸 노력 안하고 포기 하는

모습때문에 화난거라고 그러는데. 뭔가 아이한테 말도 안하고 혼자 꿍 해 있는 모습에 나도 괜히 지치고 힘들어.

4. 다가오는 세찬이 생일과 세찬이 친구들 20명 정도 올 생일파티. 이건 스트레스까진 아니지만 그냥 내가 신경써야할 일이다. 그래도 나도 세찬이도 기대반 설렘반.

5. 일도 넘 바쁘긴 한데. 또 으쌰으쌰 잘 해야지.

6. 폰 용량 과부하. 1 GB도 안남아서 폰이 제대로 작동 안할때가 잦다. 사진첩 정리를 해야하는데 언제 하나?


벼르고 벼르던 브런치 (일기) 오늘밤 쓴건 잘했다. 좀 짧게 쓰더라도 자주 쓰는 습관을 들여야지.. 또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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