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그 틈새
저는 경기도에 위치한 종합병원에서 7년째 3교대 근무 중이며 현재는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3교대 근무이다 보니, 일반 상근직 직장인들이 대부분 쉬는 공휴일, 주말, 명절등에도 근무가 걸려 출근을 하게 됩니다. 3교대 근무 중 오전 근무일 경우는 새벽 네 시 삼십 분경에 일어나서 출근준비를 하고, 오후 근무일 경우는 자정이 다 되어 귀가를 합니다. 또, 밤근무인 경우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오후 10시 30분까지 출근을 하여 다음날오전
일곱 시에 퇴근을 합니다. 밤근무는 오전이나 오후 근무에 비하면 내원환자도 적어서 훨씬 정적입니다.
저는 이 세 가지의 근무 형태 중에 밤근무 즉, 나이트가 가장 힘듭니다.
동료들 중에는 밤근무를 선호하는 분도 상당수 있지만 대부분은 힘들어하고 피곤해합니다.
생체시계를 기준으로 두 부류로 나누자면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일 텐데 저는 100% 아침형 인간입니다. 조금 늦게 자더라도 알람소리 없이도 항상 그 시간에 눈이 떠지고, 아침에 가장 활기차고 기운이 쏟구칩니다. 그래서, 무수히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실천합니다. 반면, 오후가 서서히 지나 밤이 될수록 방전되기 직전의 기계에 모터처럼 서서히 두뇌까지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러하니 오후근무일 경우 서서히 퇴근 시간인
밤 11시가 가까워질수록 피곤이 몰려오는 것은 기본이고, 얼굴까지 초췌하여 눈구덩이가 푹 꺼집니다. 통상적으로 밤근무는 이틀이나 사흘을 연속으로 부여해서 스케줄을 줍니다. 이 경우, 저는 밤근무가 시작되기 이틀 전부터 우울 해집니다. 밤에 잠을 자야 하는 인간의 본능을 무시하고 모든 신체기관을 깨워두고 일에 집중시키는 것이 아침형 인간인 제게는 더욱 큰 피로감과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고통을 넘어 고문으로 다가옵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읽다 보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질 것이란 구절이 나옵니다. 이 구절이 이 순간 생각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앞으로 다가오는 그 시간이 자신에게 주는 기대감과 설렘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저와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다만,
밤근무 시작 이틀 전부터 우울해지는 제가 밤근무 시작 1시간 전부터라도 우울함이 시작됐으면 좋으련만 하는 바람에서 이 소설의 구절이 불현듯 떠 오른 것 같습니다. 소설의 경우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설렘과 기대감이 배가 되지만, 저는 출근시간이 다가올수록 우울함이 몸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