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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창이

by 오롯한 미애

영창아,

네가 이렇게 갑자기 떠날 걸 알았다면 조금만 더 널 알아가려 노력할 걸 그랬어.

헤어질 걸 마음속에 막연히 숨겨 뒀었는데, 헤어질 걸 인정하기 싫어서 때론 계속 같이 지낼까 힘들어도 참고 같이 견딜까 했었는데 세상 일은 뜻대로 안 된다는 걸

오늘 아침 잠결에 네가 나가버리고서야 멍하니 실감했어.

눈을 비비며 너의 그 먼지 쌓인 빈자리를 보고 아직 떠나지 않았을 것 같아 창을 열어 널 찾아봤지. 꿈인가.

네 모습이 완전히 보이진 않았지만 너도 울고 있단 걸 난 느꼈어. 나도 그랬으니까.

우리 큰 딸보다 세 살이나 더 많았던 너.

우리 집 거실에서 19년을 지내며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한 네가 이 순간 그립다.

내가 정을 준 모든 사물은 내 속에서 살아있음을 너를 통해 또 한 번 느낀다.

다시 만날 네 주인은 우리보다 널 더 많이 만져 주고 보듬어 주고 네 소리에 귀 기울여서 너로 인해 행복의 노랫소리가 온 주변에 가득 울리길 바란다.

사랑이 가득한 노래, 공감의 연주, 행복한 음악을 오랫동안 연주하고 모든 듣는 이에게 큰 울림을 선사해 주길 바라.

다음 생엔 내가 너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갈게.

그리고 너와 나 한 커플로 마주 앉아 보자.

나의 두 딸들의 유년 시절에 추억을 심어 주어서 우리 가족이 행복했었어.

그립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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