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했다. 이 과정을 위해 지난 3개월 특히나 열심히 수련했지만 막상 시간이 코 앞으로 다가오자 긴장감과 걱정이 너무 앞서서 지난주는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아직 이렇게 안 되는 아사나가 많은데 누굴 가르치겠다는 건지? 괜히 섣부른 욕심에 젊은 수련생들과 이미 숙련된 요가 강사들 사이에서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닌가? 꽤 비싼 돈을 들였는데 과연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무의미한 잡념들만 가득 안고 잔뜩 졸아서는 이미 낸 돈이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처럼 쭈뼛쭈뼛 지도자 과정에 들어갔다. 지도 원장님은 다르지만 장소가 익숙한 우리 요가원이라는 사실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4시간 아사나 수련도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괜찮았다. 확실히 충분한 호흡을 통한 이완이 같은 아사나를 해도 다른 느낌을 주었다.
오히려 나머지 10시간 즈음의 이론 수업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요가 철학은 워낙 그 양이 방대하고 난 이제 겨우 급하게 필독서들을 1독 정도한 생초보니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이 모든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을 생소한 산스크리트어로 접하니 이게 그것 같고 저게 또 이 것 같은 혼돈의 장이 펼쳐지더라.
그동안 익숙한 선생님들의 지도 하에 그저 아사나의 숙련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만 밟아왔던 나의 수련이 얼마나 편안하고 좁은 세상이었던 건지 깨달았다. 갑자기 너무 확장된 망망대해 앞에 서니 다른 세상을 본 적 없는 민물고기마냥 그동안 어쭙잖게 경험한 요가를 뭔지도 모르고 떠들었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지도자 과정 첫 시간 가장 중요하게 배운 건 호흡이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쓰는 안정 호흡량이 500cc 정도인데 사실 우리에겐 들숨, 날숨 모두에 2000cc 이상 예비량과 잔기량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인상적이었다. 충분히 내쉬고 잠시 호흡을 멈추고 다시 호흡을 내쉬어 보자. 개인차는 있지만 1~2회 정도는 더 내쉴 수 있는데 이런 양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예비 숨인 것. 이 남은 양을 최대한 끌어 쓰는 훈련을 함으로써 폐활량을 늘리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호흡이 곧 아사나고 명상이다. 호흡이 신경을 안정시키고 에너지를 새어나가지 않게 만들어 안으로 모은다. 그러니 충분한 호흡부터 연습하려 한다. 여기까지라고 여겼던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한번 더 힘을 내 숨을 마시고 내쉬면서 조금씩 그 총량을 늘려가봐야지. 우리에겐 아직 스스로도 몰랐던 숨이 약간은 더 남아 있다는 사실은 어쩐지 희망적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느끼는 순간마다 떠올리리라. 그러니 새 호흡으로 다시 시작.
이 점을 훨씬 더 깊이 각인시키는 '메아리' 날숨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숨을 내쉰 다음 숨을 멈춘다. 그 다음 다시 숨을 내쉰다. 폐에는 항상 약간의 숨이 남겨져 있다. 그 남은 숨 안에서 유독한 기억과 에고의 찌꺼기를 찾을 수 있다. 짧게 조금 더 내쉬는 숨 속에 그 찌꺼기를 풀어 내놓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난 훨씬 더 깊은 안도, 평화, 비어 있음의 상태를 경험하라. 들숨 안에서 우리는 충만한 '나'를 경험하고, 인간적 가능성이 마치 우주의 신성에 봉헌된 넘치는 잔처럼 가득 채워지고 높이 들어올려지는 것을 경험한다. 날숨 안에서는 비워진 '나', 신적인 텅 빔, 더할 나위 없이 완전한 무, 삶의 끝이 아닌 죽음을 경험한다. 한번 시도해 보라. 천천히 그리고 완전히 숨을 내쉰 다음 멈추고, 다시 숨을 내쉬어라.
B.K.S. 아헹가, 존 J. 에반스, 더글라스 에이브람스, <요가 수행 디피카>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