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난 왜 눈물이 났을까.
2주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제주에 있으면서 되도록이면 관광객이 많지 않고, 소박하게 아이들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내 눈도 즐거울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는데, 어쩔 수 없는 경우들이 많았다. 바로 비가 올 때가 그랬다. 날은 너무 추웠고, 거기에 비까지 내리니 야외로 나갈 수가 없어, ‘제주도 실내 가 볼 만한 곳’을 키워드로 그때그때 검색해 가보곤 했다.
과거에도 여러 번 제주도에 와봤지만 이상하게 제주 아쿠아리움은 그다지 당기질 않아서 (서울 여의도와 잠실, 일산에도 있는데 굳이 제주까지 와서 아쿠아리움을 보고 싶진 않았던 거겠지) 가 본 적이 없었는데, 마침 그날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월요일이었고, 주변 소소한 관광지들은 거의 둘러본 터라 ’그래, 이번엔 제주 아쿠아리움에 한번 가보자.‘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우리 셋은 40여 분을 달려 성산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탁 트인 바다 너머 멋지게 우뚝 솟아있는 성산일출봉이 절경이었다. 날씨만 쨍쨍했더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입장했는데, 이번에 제주에서 만난 아쿠아리움에는 다른 곳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풍경이 있었다.
바로 ‘해녀’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제주도’ 하면 ‘3개가 많은 섬이야. 바로 바다, 여자, 돌이지.‘ 라든가 ‘제주도엔 똥돼지가 있는데 그 돼지들은 사람의 똥을 진짜 먹는대~!’라든가, ’제주도에는 해녀가 있지~‘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던 것 같은데, 가만 생각해 보면 요즘 제주를 떠올릴 때 ’해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없지 싶다. 이젠 관광화 될 대로 된 제주도는 애월의 카페, 함덕해수욕장, 월정리 등이 먼저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가 되었고, 해녀 또한 그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도 줄었으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게 된 것이리라. 그러니 관광객이 바글바글한 ‘제주 아쿠아리움’에서 해녀를 볼 줄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곧 해녀가 물질을 하는 시각이라 해서 부랴부랴 대형 수조 앞으로 가니,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드디어
정해진 시각이 되자, 안내방송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해녀는, 그 커다란 수조에서 아무런 장비도 없이, 수직으로 헤엄쳐 내려와 대형수조 바닥에 있는 해산물을 따고, 다시 물 위로 헤엄쳐 올라갔다. 와....! 나도 모르게 절로 탄성이 났다. 아니, 눈물이 났다. 난 왜 해녀가 내려와 물질을 하는 모습에서 눈물이 울컥 솟았을까? 그 이유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숭고함이 수조 밖 내 자리에까지 전달되어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게 깊은 곳까지 수직으로 헤엄쳐 내려오려면 얼마나 숨이 막히고 가슴이 조여올까. 그런데도 숨을 참아내며 바다와 한 몸이 된 해녀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그러고 10일이 지난 오늘, 친구를 만나러 연남동 북카페에 갔다가 갑자기 어떤 책 앞에서 우뚝, 멈춰서 버리고 말았다.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
그렇게 한참이나, 그리고 천천히 이 동화책을 읽었다. 숨비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그날 아쿠아리움에서 본 해녀들과 내가 언젠가 제주도의 바닷가를 지나며 마주친 그분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그렇게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는 제주를 만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번 여행, 다녀오기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