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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상자 May 03. 2023

나로서는 대단한 결심 (feat. 러닝머신 2일째)


올 초에 등록했던 요가가 이제 다음 주면 끝난다.


휴직 직후, 지치고 다친 마음을 좀 다스렸으면 하는 마음에  집 앞에 마침 요가원이 새로 생겼기에 등록했던 곳인데 차분한 남자원장님 특유의 분위기로 그래도 꽤나 꾸준히 다녔던 것 같다. 원래 무언가를 시작하길 좋아하지, 끈기가 부족해 끝까지  유지하는 것을 잘 못하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일주일에 두 번, 그래도 꾸준히 해 온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서도 이제는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는 편도선염과 축농증은 별로 차도가 없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오는 날이면 면역력 제로인 나도 여지없이 콜록콜록이라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체대 출신 친구에게 ‘잘 지내냐’ 연락이 왔고, ‘응, 잘 지내지만 잘 못 지내. 여전히 구석구석 아프네. ㅋㅋ’ 하고 답장을 보내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회사를 쉬는데도 건강이 문제라니 걱정되네.. 어제 얘기한 것처럼 운동 적극 추천. 타이밍 놓치면 고질병 될 나이다.”


“운동이 주는 즐거움이 분명 있을 거야. 혼자 뛰고 걷다 보면 여러 생각하면서 정리도 되고.. 난 주말 이틀 운동하면서 여러 가지 많이 좋아졌어. 일단 걷는 습관부터 길러봐. 체력이 바닥이라 지금 기구운동은 무리일 거야. “



그동안에도 참 많은 사람들에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운동해라 ‘라는 말을 듣고 살아왔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는지, 이 날처럼 운동하라는 말이 절절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그러면서 친구는 매일 40분 걷는 것만 한 보험은 없다고, 일단 제일 가까운 헬스장 끊고 걷는 것만 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이틀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가서 걷되, 되도록 같은 시간에 가라고 했다. 그래야 몸도 빨리 적응해 준단다.  ‘오호.. 이거 좀 괜찮은데..?!’ 생각이 ‘그럼 한 번 걷는 것부터 해볼까?’ 생각이 들었고, 머릿속엔 둘째 유치원 바로 옆 건물 헬스장이 떠올랐다.


’그래, 결심했어! 매일 둘째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하니 그 옆 건물을 그냥 지나치긴 쉽지 않을 거야. 일단 끊어놓으면 어떻게든 가게 될 것 같아. 위치가 제일 중요해!‘


이런 생각이 들자 또 추친력 하나는 끝내주는 나는 바로 다음 날 헬스장을 방문했고, 마침 방문한 날까지 할인 행사 중이라는 말에 더욱 솔깃하여(이건 늘 헬스장에서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호기롭게 6개월권을 끊었다. 5월 1일 운동 시작-!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를 흥얼흥얼 하면서.


그렇게 해서 오늘이 월요일에 이어 두 번째 러닝머신 날이었다. 역시나 땀나는 운동을 안 하다 과격하게 걸으니 월요일 하루 만에 다리가 쑤시고, 오늘 운동 갈 생각 하니 게으름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아이를 데려다주고 이곳을 그냥 지나쳐지진 않았다. 게다가 친구를 꼬셔 나랑 같은 시간에 아파트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 어떻냐고, 그리고 인증샷을 보내자고 제안한 터라 더더욱이 약속을 지켜야 했다. 그렇게 열심히 걷고 달렸다. 원체 땀이 없는 나도 그 정도 빨리 걷고 뛰니 땀이 나기 시작했다. 힘들어서 그만 걷고 싶어질 때마다 ’건강해져야해. 그래야 애들하고도 재미있게 놀아주지. 그래야 여행가지. 그래야 맥주도 마시지.’ 이런 생각들을 했다. 하하. 그야말로 살기 위해 운동하기다.



운동을 마치고 바로 옆 아파트 벤치에 잠시 앉았다. 파아란 하늘과 연둣빛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아~ 좋다, 생각하고 있던 찰나, 핸드폰에 알람이 울린다.





아니, 이것은 브런치 아닌가. 내 게으름의 또 다른 소산, 브런치에서 보낸 알람이다. 그야말로 뜨끔!이었다. 이틀에 한 번 글쓰기를 목표 삼았던 내가 어느새인가 일주일에 한 번으로 슬금슬금 목표를 수정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래 이번 주는 여행 갔으니 시간이 없었어’, ‘글이란 자고로 쓰고 싶을 때 써야 하는 것’ 이런 핑계들을 주욱 대며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근육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푸시알람을 보내주다니. 몸의

근육을 기르러 갔다 나오는 길에, 브런치 알람 덕분에 마음의 근육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은 못해도 꾸준히가 중요하지. 전에도 그렇게

다이어리에 적어두었으면서 또 잊고 있었네. 끈기가 부족하지만, 결심이야 다시 하면 되는 것.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은 날, 브런치!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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