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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의애나 Sep 08. 2018

느긋느긋 해지는 게 쉬운 게 아니네요

호주 멜버른 차일드케어 이야기/그냥 한 번 눈 감고 넘어가기

예전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열심히 살아야지 했었는데

지금은

뭐 좀 해이해지면 어떠나 느긋느긋 맘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나 싶다.







글쓴이는 현재 호주의 멜버른에 위치한 한 차일드케어(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의 일을 하면서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며 루틴(일상)을 따라가다 보니 가끔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모두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팀원 모두가 내가 원하는 대로, 추구하는대로 빠릿빠릿하게 움직여주면 내 몸이 덜 피곤하겠지만,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의 진리!

 

내 맘대로 따라와 주지 않는(게으른) 스텝들과 실습을 나온 학생들에게 일거수일투족까지 상기시켜줘야 하고 조언을 해야 했던 몇 주간.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그래서 내가 얻는 것이 뭔데?

나 혼자 이렇게 빡빡하게 구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아 지겹다, 그만하고 싶다.

다른 사람들도 다 방관하는데 왜 내가 총대를 메야되는 거야.

나도 좀 느긋느긋 하게 가볼까.



이런 속마음을 친한 동료 선생님에게 털어놓자 펄쩍 뛰며 반대하던 그 선생님.


"너가 리더로서 제대로 된 일을 잘 하고 있는 건데 뭘 걱정해. 계속하던 대로 해."




아니나 다를까, 내 기준에서 옳지 않은 것을 봤을 때 그냥 넘어가려고 시도해보니 입이 근질근질하고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 마냥 계속 까끌까끌하고 거슬려서 그대로 못 본 채 놔두지를 못하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 느긋느긋 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완벽주의에 예민한 성격을 타고난 나에게 일에서 만큼은 느긋느긋 함이 용납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이고 내 팔자다.

일할 땐 계속 이렇게 열심히 총대 메고 지내다가 집에 와서나 느긋느긋 그 총대를 벗어놔야겠다.








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mandooanna
www.instagram.com/mandoo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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