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살면서 배운 자신감과 의견 피력
어제는 내가 일하는 유치원 디렉터(원장)에게 짧고 굵게 도움 요청이자 불만 토로의 메일을 한 통 보냈다.
새로운 스텝 때문에 일을 하면서, 그리고 일이 끝나고서도 스트레스를 받아 내 생활에 지장이 온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원장 얼굴을 보고 대화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차분하게 나만의 시간이 있을 때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앞섰다. 초스피드로 메일을 다다다다다다 써 내려갔고 보내기 전에 검토를 하다 보니 문득 '와, 내가 이렇게 변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렇게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사람이었던가?
돌이켜보면 나는 자존감 높고 자신감도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서투른 사람이었다. 25년 간의 조국의 삶에서는 나 자신의 의견을 내기보다는 타인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것이 더 편헀고 그것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위계질서를 모르고 나 잘났다고 설쳐대는 아이라는 선입견을 받기 싫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속해있는 문화에 녹아들었던 것이니 이게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문화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고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새삼스레 느낀다.)
하지만 타국인 여기 호주에 와서 5년이 넘는 시간을 지내다 보니 나에게는 비교할 대상이 생겼고, 나는 바뀌기 시작했다.
쭈구리처럼 친한 동료 선생님들에게 이런저런 컴플레인을 할 때면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너 하루빨리 원장한테 가서 얘기해야 된다니까? 얘기 안 하면 모른다고. 더 고통받고 싶지 않으면 빨리 얘기하는 게 좋을 거야." 매일매일 원장한테 뛰어가서 칭얼칭얼 컴플레인을 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미숙한 판단으로부터 속단을 내린 철부지처럼 보이기는 싫었다. 그래서 컴플레인을 하기 전 나만의 계획을 세웠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기간은 너무나도 길었다.. 첫째로 그 새로운 스텝에게 배울 수, 바뀔 수, 질문할 수 있는 2주라는 시간을 줬다. 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시 그 사람을 붙잡고 일대일의 스피디한 족집게 수업도 진행했다. 다시 2주가 지났지만 나아지는 것은 없었고 한 달의 인내와 고통이 어제의 이메일로 종지부 지어졌다.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봤지만 나아지는 것이 없어, 나는 그 사람과 일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고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끔찍하게 많이 받고 있어. 나는 지금 너의 도움이 필요해."라고 원장에게 말했다.
오늘은 상큼한 나의 데이오프이기 때문에 유치원에 나가지 않았고, 그러기에 아직 이 상황이 종지부 지어지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커다란 바윗돌이 매일매일 짓누르는 것 같던 마음만은 아주 가벼워졌다.
내 의견을 피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몰라준다. 나의 의견에 타당한 근거가 있고 내가 하는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고 자신이 있다면 "SPEAK UP"하라는 것이 내가 배운 호주 문화의 장점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남을 깎아내리는 컴플레인을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돌아보고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 가꿀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해주는 이 조직문화는 아주 칭찬한다.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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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애나
호주, 멜버른에서 차일드케어 에듀케이터로 일하며 먹고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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