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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07. 2024

한국, 돈이 많으면 죄인도 살기 좋은 나라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는 재테크 쪽의 머리가 기민하지 않은 편이라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또한 젬병입니다. 하지만 테라나 루나라는 암호화폐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죠. 바로 50조 규모의 사기를 벌인 권도형이 운영한 코인이었기 때문이죠.


1년 가까이 도피생활을 하던 권도영은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의 권도영의 행보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를 쓰고 미국이 아닌 한국에 송환되려고 했다는 점인데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테라-루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법원에서 권도형이 받을 수 있는 최대 형량은 40년에 불과합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 혐의로 최대 100년 이상의 형량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개별 범죄마다 형량을 더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운데 지난 4월 권도영은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송환되기로 결정되었죠.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다행스럽게도 기각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제 범죄 처벌 수준은 상당히 관대하다는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사례는 이러한 비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최근 V Global의 전 CEO 이병걸은 1조 9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암호화폐 사기로 22년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는 피해 규모에 비해 매우 낮은 형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른 여섯 명의 공범들도 4년에서 14년형을 받았으며, 이는 미국에서 비슷한 범죄로 받을 수 있는 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4조 원대의 폰지사기를 저지른 조희팔의 공범들이 고작 5년 형을 받았다는 점과 1조 3천억 원 대의 펀드 사기행각을 저지른 옵티머스 자산운용의 대표인 김재현이 40년 형을 선고받았다는 점만 봐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가중주의를 적용하고 있는 한국의 법적 시스템이 경제 범죄에 대해 미국처럼 더 엄격한 처벌을 도입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권도형 사례 또한 이러한 행태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경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2011년 7월 정해진 후 13년째 한 번도 개정에 대해 논의된 적이 없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적 체계는 범죄자의 교화와 재활을 우선시할뿐더러 경제 범죄와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특히 더 관대한 처벌을 하는 경향이 있어서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관대함이 사기를 비롯한 악질적인 경제 범죄의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은 수년간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본 사례들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사기 범죄는 급증했고 2022년 기준으로 피해 금액은 29조 3412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반면 범죄의 고도화와 형사 체계 미흡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돌려받은 금액은 고작 3~4%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코인, 다단계 등 날로 진화하는 경제 범죄 근절을 위해 솜방망이 처벌 기준을 손본다는 소식은 충분히 환영할 만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형량뿐만 아니라 벌금이나 추징금도 피해 금액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한 사람만 바보라는 식이라든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으로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결코 예방하고 해결할 수 없습니다.




미국처럼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강한 양형기준으로 처벌한다면 무서워서 쉽게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나라가 '돈 많은 범죄자가 살기 좋은 나라', '사기 치기 좋은 나라'라는 오명은 생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경제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개정을 비롯해 다른 범죄에 대한 처벌도 엄하게 적용되어 좀 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빕니다. 보다 엄격한 처벌을 도입을 통해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실현해야 합니다. 이런 방향이야말로 불신이 팽배해진 사법 체계의 신뢰를 회복하고, 범죄 억제에도 기여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대형 사기꾼에게 관대한 나라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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