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시청역 사고가 있은지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그 사고가 일어난 이후로 저는 평소보다 차를 더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운전할 때도 더 신경을 쓸 뿐만 아니라 길을 걸어 다닐 때도 마찬가지죠.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서 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는 이런 우려가 과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언제든지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까요.
하지만 걱정이 많은 제가 이상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출근을 하다가 먼발치에서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보고 나서였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행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화살표 방향으로 바쁘게 길을 건넙니다. 문제는 덤프트럭 한 대가 신호를 늦게 인지했는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앞바퀴를 걸치면서 급하게 섰다는 점입니다.
놀랍게도 아무도 동요하지 않고 서두르며 자신들의 갈 길을 가는 모습에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보행신호가 바뀌는 순간에 차가 오는지 제대로 확인하기보다는 앞만 보며 속보로 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트럭이 급하게 정지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다들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안전불감증이 확실히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까지는 어쩔 수 없더라도 방어 보행의 3원칙은 완벽하게 배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자주 발견합니다. 특히 동네에 대로변 왕복 6차선 횡단보도에서 그렇죠. 차도와 보도의 경계선에 서서 휴대폰을 내려다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제 심장이 두근두근하기도 합니다.
그 용기 있는 분께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하는지 묻고 싶을 때도 있더라고요. 백만에 하나의 확률일지라도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을 텐데 말이죠.
제가 다니는 회사는 전기를 다루기에 안전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도입되면서 안전에 대한 문제가 경영 현안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고 지금도 안전과 관련된 수많은 공문과 대책들이 내려옵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안전사고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더군요. 안일한 마음과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쌓아왔던 습관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식변화를 위한 자극을 한두 번이 아닌 끊임없이 줘야 한다는 의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