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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Jul 16. 2024

중1짜리가 혼자하기엔 만만찮았던 자유학기제 수강신청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어제 저희 집은 작은 전쟁터나 다름없었습니다. 바로 2학기에 시작될 자유학기제 때 들을 과목을 신청하기 위해서였죠. 이 과정은 월요일 밤 10시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주위에서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보통 2~3분 안에 모든 결정은 끝난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대학교 수강신청 저리 가라 정도의 경쟁률이었죠.


자유학기제는 중학교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토론, 실습 중심의 참여형 수업과 진로탐색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신들의 꿈과 끼를 찾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는 제도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취지와는 달리 제한적인 가짓수의 프로그램에 선호도 반영은 제대로 되지 않은 강좌들을 보면서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설문조사 질문지와 최종 확정된 프로그램 목록을 보니 거의 동일해서 조사 자체의 의미도 없어 보였죠.

설문조사(좌) 및 최종 프로그램 목록(우)



이렇게 뭔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듯해 보였던 이유는 예산 부족 때문입니다. 교육청에 내려주는 교부금이 줄고 결국 이런 분야의 예산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찜찜하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내색할 수는 없었습니다. 불평한다고 달라질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요.


신청일이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상의를 하면서 어떤 과목을 신청할지 정해나갑니다. 7과목 중 6과목은 같이 맞추더군요. 취향이 비슷하다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선택지가 좁았다고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밤 9시가 되면서부터 아이들은 각자의 노트북으로 수강신청 버튼을 누르는 연습을 하기 시작합니다. 분야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맞게 신청을 하려는 계획이었죠.




사실 제가 한 명의 신청은 해주려 했지만 막상 테스트를 해보니 이제는 저보다 아이들이 손이 더 빠르더라고요. 둥이들이 자신들의 수강신청은 스스로 하겠다고 합니다. 


드디어 대망의 22시 정각이 되었고 아이들의 손놀림은 빨라집니다. 하지만 손놀림보다 더 빨라지는 건 다름 아닌 심장박동수입니다. 한 번의 실수로 스텝이 꼬이면 모든 과목을 놓치는 경우도 꽤 많기 때문이죠.


슬프게도 그런 일이 건강이에게 생기고 말았습니다. 첫 번째 신청부터 잘못하는 바람에 시간을 많이 까먹게 되었죠. 다행히 그 한 과목은 다른 과목으로 대체하고 두 과목은 행복이와 처음에 협의와 달리 시간이 바뀌기는 했지만 원했던 7개의 과목 중에서 6과목은 신청에 성공했습니다. 나중에 살펴보니 3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95% 이상의 과목이 접수가 끝나 있었습니다.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매우 선방했다고 있었습니다.


다만 건강이의 기분은 좋지 않았죠. 그래서 제가 대학을 다닐 수강신청을 하면서 겪었던 슬픈 기억 보따리를 아낌없이 풀어내면서 이겨내도록 도와줬습니다. 다만 저는 대학교 좌절을 느꼈지만 건강이는 중학교 느꼈다는 점이 다르지만요. 그와 더불어 시작할 때 실수가 있더라도 절대 당황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했습니다.


게임은 다시 하면 되지만 인생은 리플레이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자유학기제에 대한 설문조사만 봐도 자유학기제가 진정한 진로탐색이나 적성 찾기에 도움이 되기는 아직 요원해 보이기는 합니다. 초등학생 티를 갓 벗어난 중학교 1학년이 모든 부분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소화하기에는 좀 이르기 때문이죠. 거기에 초반에 언급했듯 턱없이 부족한 프로그램도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오히려 수업 시간은 줄어드는 데다 시험도 치르지 않는 한 학기로 인해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불러온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제도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권장하면서 보완해 나가야 합니다. 내년(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될 텐데 그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앞으로 예산도 좀 더 넉넉하게 내려와서 프로그램도 학생들이 더 짜임새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최초 이 제도를 도입했던 사람들이 고민했던 취지에 맞게 말이죠.


한 줄 요약 : 독서와 다양한 경험들이 너희를 성장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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