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저출생 마지막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저출생의 이유를 다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얄팍한 현실 인식과 납득하기 힘든 대책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방치입니다.
웹툰 참교육에는 가정폭력으로 가출한 학생들을 나쁜 짓에 이용하는 헬퍼라는 존재들에 대해서 나옵니다. 여학생들은 성매매에 이용되고 남학생들은 조폭들한테 보내 심부름을 하도록 만드는데요. 이런 열악한 환경임에도 아이들은 절대로 집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가정폭력을 겪었던 지옥 같은 집에는 돌아가지 않고 싶어서죠. 그동안 가출 청소년 쉼터가 있다고 해도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입소가 가능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헬퍼라는 자들에 의해 범죄로 내몰리는 상황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다행히 2024년 10월 8일 여성가족부의 발표에 따르면 보호자 동의 없이 청소년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 가출 학생의 수가 비공식적으로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반해 청소년 쉼터는 130여 개, 수용인원은 1,200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출 청소년에 대한 예산 배정은 저출생 대책 예산과 비교했을 때 1%도 채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는 정말 허술한 상황이죠.
두 번째는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 미비입니다.
난임시술에 도전해서라도 아이를 갖겠다고 도전하는 용기 있는 분들은 그동안 나 몰라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용에 대한 지원이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현재도 난임지원은 물론 난임휴가 및 휴직은 언감생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지자체가 이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지역별로 지역별로 지원금액마저 다르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의료인들만 배불린다는 제도라며 이런 지원 자체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많죠.
낳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에게 대한 계몽활동도 충분히 필요하지만 낳고 싶은 의지가 있는 분들에 대한 지원이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세 번째로 휴직에 대한 인사보복을 막는 강력한 제도 미비입니다.
난임휴가나 휴직을 비롯해 육아휴직 후 복직했을 때 보복성 인사나 퇴직 강요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의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크게 만들고 처벌 또한 강화해야 합니다. 경력단절로 인한 재취업을 걱정하지 않게 휴직자가 많은 기업에 대한 이익을 주면 될 텐데 그런 고민은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런 반면에 정부가 그동안 언급해 왔던 정책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아이를 낳고 고생했던 가족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대책들이었죠.
1. 늘봄교실 8시까지 확대 : 야근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편이 더 바람직하지 않나
2. 여학생을 1년 일찍 학교에 보내자 : 결혼을 안 하는 이유가 남녀 정신연령 차이는 아니죠.
3. 정관 복원 수술비 지원 : 보통 아이를 둘 낳은 부부가 정관수술을 하는데 셋째를 낳기 위해 복원수술을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4. 케겔운동을 통해서 저출생을 극복하자고 주장 : 이 주장은 입은 있지만 할 말이 없습니다.
5. 대학교에 입학해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기존 8년 이상에서 5.5년까지 줄여, 사회 진출 시기를 2~3년 정도 앞당기겠다는 계획 : 결혼 적령기의 성인 중에 박사를 가진 사람이 과연 몇 % 나 되는 건지..
이렇게 실질적인 대책보다는 헛다리 짚는 정책들이 많다 보니 국민들의 신뢰도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당사자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대책들이 저출생을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있는 접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쓸데없는 일에 돈을 쓴다는 비판이 생길 테니까요.
저출생을 진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짜 문제가 뭔지 정확하게 아는 과정이 다시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사람도 아는데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라면 저출생은 언제까지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테니까요.
그동안 저출생 시리즈에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연재를 했는데 좋은 경험이었고 재미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