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도심으로 나가보겠습니다. 우붓은 도심지의 규모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우붓 왕궁을 중심으로 해서 도시가 형성되어 있죠. 유적지가 많아서 그런지 도로 폭이 협소해서 왕복 4차선 도로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통체증이 더 심각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일단 우붓 왕궁부터 구경하기로 향합니다. 우붓 왕궁은 지금까지 봐왔던 다른 왕궁들과 비교하면 소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들어가서 구경을 마치는 데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그 시대의 건축양식을 비롯한 문화에 대해서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찾아간 곳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던 몽키 포레스트입니다. 원숭이들이 동물원에 있는 케이지가 아닌 숲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서울 것 같다며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가보고 별로면 그냥 돌아오자고 설득을 한 뒤 가보기로 합니다.
우붓 왕궁에서 20여 분을 걸어 내려오면 몽키 포레스트 매표소가 나옵니다. 원숭이 구경하는 일이 뭐 그리 재미있겠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에게 놀랐습니다. 게다가 유럽 쪽이나 북미 쪽에서 온 듯한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80,000 루피아로 우리 돈 7천 원 정도 합니다. 그만큼의 값어치를 할 수 있을지 궁금증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입구를 통해서 들어가면 널찍한 나무다리가 있습니다. 이 다리를 건너면 본격적으로 원숭이 숲이 시작됩니다. 안으로 들어간 뒤 천천히 관람을 시작합니다. 정해져 있는 코스가 있기는 한데 중간에 갈림길이 몇 군데 나와서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정말 다양한 모습들의 원숭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일단 가장 먼저 손을 사용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죠. 구슬이 열매의 껍질인 줄 알고 계속 바닥에 치면서 깨려고 한 뒤 그걸 또 깨무는 행동 반복하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습니다.
훈훈한 모습들도 많습니다. 사회성이 좋은 녀석들은 서로 사이좋게 이를 잡아주기도 하고요. 사람들이 이렇게 지나다니고 사진을 찍는데도 크게 경계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지나친 장난은 하지 말라고 안내문에 되어있더라고요.
엄마 품에 쏙 안겨서 나가지 않으려는 아기 원숭이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불편하게 느껴질까 싶어 조심스레 촬영하고 지나갑니다.
원숭이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연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을 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림과도 같은 숲은 왜 녹색이 인간의 눈을 가장 편하게 만드는 색깔인지 왜 피톤치드가 건강에 좋은지를 충분히 깨닫게 하고도 남는 수준이었으니까요.
물놀이를 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특히 아바타 1에 나오는 에이와(생명의 나무) 같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나무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웅장한 느낌은 이곳에 와있는 모든 관광객들을 압도했죠.
몽키 포레스트, 일명 원숭이 숲은 정말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원숭이가 야생에서 인간과 공존하며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일단 놀랐죠. 게다가 마지막에 나올 때는 놀랄만한 광경도 있었습니다. 원숭이의 묘지 때문이었죠. 단순히 원숭이들을 방목하는 개념이 아니라 모두 이름이 지어놓고 돌보고 있었다는 사실에도 놀랐습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자연은 점점 파괴되고 동물들은 살 수 있는 터전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는 현실은 이미 변치 않는 정설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붓의 몽키 포레스트는 단순히 신비로웠던 경험을 넘어 많은 깨달음을 줬던 곳이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대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