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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16. 2024

경비원 할아버지께 집요하게 받아낸 인사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제가 쓴 <파이브포인츠>에는 아이를 기를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들을 언급합니다. 그중 하나가 감사, 인사, 사과인데요. 요즘 들어 점점 이 세 가지를 잊고서 자라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수시로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집에서도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끔 만들었죠.


그래야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세 가지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 이 소신에 쉽지 않은 난관이 생겨서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로 인사 때문이었는데요.


당사자는 제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원분이었습니다.

아파트에 근무하시는 경비원 세 분 중에서 한 분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와 살갑게 말을 걸어주시는 반면에 두 분은 인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셔서였죠. 평소에 경비원 할아버지께 인사를 잘하라고 지도했는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먼저 말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냐며 분리수거를 하는 날 행복이와 함께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나갔을 때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죠. 



뭐 대충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쯧쯧,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보거라, 아들아!"


재활용품 정리장으로 다가가서 목소리 톤을 높여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경비원 할아버지는 들은 체는커녕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꽤 민망한 상황이었죠. 저와 행복이는 서로를 마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 포기하지 않고 두 번 정도 같은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빈정도 상했죠. 평소보다 목소리를 더 크게 냈으니 소리가 작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아이에게 저는 고민 끝에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할아버지한테 3번까지 인사를 했는데도 안 받아주셨으니 그다음에는 일부러 할 필요 없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니까"라고 말이죠.


이런 문제로 고민하느니 그냥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어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썩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죠. 




그러다가 아침에 출근하면서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계신 경비원분을 마주쳤습니다. 아이에게 해놓은 말이 있었기에 잠시 고민을 합니다. 피해서 지나가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일부러 계신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거의 두 발자국 정도 거리까지 접근해서 일부러 크게 "안녕하세요?"라고 외쳤습니다. 얼굴을 쳐다보면서 말이죠. 거의 귀에 대고 말을 한 셈이나 다름없죠.


솔직히 그때는 친절한 느낌이나 반가운 마음보다는 반발심이 더 컸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이번에도 무시하실 거예요?'라고 말이죠.


경비원분께서는 조금 놀라시는 듯하다가 금세 "예, 안녕하세요~"라는 답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집요하게 인사를 받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정도보다 그분의 청력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더 가까운 거리에서 인사를 하면 되겠다는 답이 나왔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우니까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적어도 자주 마주치는 분들에 한해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먼저 아는 체를 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제가 나이가 더 많더라도 말이죠. 이런 작은 행동이 가져오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해 줬더니 그제야 왜 그러셨는지 이해한 듯한 눈치입니다. 다음번에는 아이들도 제가 했던 방법으로 인사를 하고 답도 들어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은 도전 하나하나가 쌓여서 앞으로의 삶에 큰 자산이 될 테니까요. 아빠라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한 줄 요약 : 아들아, 언제나 인사 잘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결국 내가 한 인사가 자신에게 돌아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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