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파이브포인츠>에는 아이를 기를 때 필요한 여러 가지 덕목들을 언급합니다. 그중 하나가 감사, 인사, 사과인데요. 요즘 들어 점점 이 세 가지를 잊고서 자라는 경우를 많이 봐서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수시로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집에서도 반사적으로 나올 수 있게끔 만들었죠.
그래야 밖에 나가서도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세 가지를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최근 이 소신에 쉽지 않은 난관이 생겨서 곤란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사자는 제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원분이었습니다.
아파트에 근무하시는 경비원 세 분 중에서 한 분은 아이들에게 먼저 다가와 살갑게 말을 걸어주시는 반면에 두 분은 인사를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셔서였죠. 평소에 경비원 할아버지께 인사를 잘하라고 지도했는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먼저 말을 해도 받아주지 않는다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왔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냐며 분리수거를 하는 날 행복이와 함께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나갔을 때 다시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죠.
뭐 대충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쯧쯧, 내가 시범을 보여줄 테니 잘 보거라, 아들아!"
재활용품 정리장으로 다가가서 목소리 톤을 높여서 "안녕하세요, 수고하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렇게 말을 했음에도 경비원 할아버지는 들은 체는커녕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꽤 민망한 상황이었죠. 저와 행복이는 서로를 마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이후로 포기하지 않고 두 번 정도 같은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빈정도 상했죠. 평소보다 목소리를 더 크게 냈으니 소리가 작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느니 그냥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어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썩 기분이 개운치는 않았죠.
경비원분께서는 조금 놀라시는 듯하다가 금세 "예, 안녕하세요~"라는 답을 하셨습니다. 저는 그렇게 집요하게 인사를 받아내고야 말았습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정도보다 그분의 청력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더 가까운 거리에서 인사를 하면 되겠다는 답이 나왔죠.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우니까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쓴다고 해서 제가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그 정도로 친화력이 좋은 사람은 아니거든요. 적어도 자주 마주치는 분들에 한해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먼저 아는 체를 하며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제가 나이가 더 많더라도 말이죠. 이런 작은 행동이 가져오는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해 줬더니 그제야 왜 그러셨는지 이해한 듯한 눈치입니다. 다음번에는 아이들도 제가 했던 방법으로 인사를 하고 답도 들어서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이런 작은 도전 하나하나가 쌓여서 앞으로의 삶에 큰 자산이 될 테니까요. 아빠라는 자리가 아니었다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텐데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함께 자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