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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Nov 12. 2024

독특했던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서점숙소'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지난번 제주도 여행에 대한 프롤로그를 업로드했을 때 생각보다 관심을 주셨던 대목이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wonjue/1312


바로 게스트하우스로 묵었던 '서점숙소'는데요. 사실 이곳과의 인연은 우연찮게 만들어졌습니다. 일행으로 간 형들에게 조용한 숙소가 아닌 파티를 하는 재미난 숙소를 찾아주려고 하다가 어렵게 찾게 된 곳이었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저녁시간에 맥주 한 잔과 함께 사람들이 어울리는 시끌벅적한 곳들의 대부분은 나이 제한이 있었습니다. 40세 이하로 말이죠. 나이 먹는 일도 슬픈데 더 서글픈 일이었죠. 




솔직히 이런 곳에서 받아준다고 해도 평균 나이 47세인 아저씨들이 그 텐션을 버티기는 힘들었겠죠. 그러다가 나이 제한이 없고 조용한 저녁 모임이 있는 곳을 찾게 되었으니 그곳이 바로 서점숙소였습니다.


이곳은 제주시 조천읍의 타운하우스촌에 위치해 있으며 공항에서는 30분 정도 걸리는 곳입니다.




시설 자체만 보면 엄청나게 넓거나 좋은 편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미 8년이나 되는 기간 동안 운영했던 곳이라고 하니까요. 나름 아기자기하다고는 할 수 있죠. 그래도 다녀본 게스트하우스 중에서는 양호한 편에 속했습니다.


1층에는 남자 1인실, 남자 4인실 도미토리와 화장실 그리고 주방이 있습니다. 이 주방에 있는 아일랜드식 식탁에서 간단한 요기는 가능합니다. 저희도 첫날 이곳에서 동문시장에서 사간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좁지만 한 명은 넉넉히 들어갈 수 있는 아지트 공간도 만들어둬서 나름대로의 멋을 살렸습니다.





2층에는 여자 2인실과 3인실, 화장실 그리고 소통을 위해 책상이 놓인 응접실이 있습니다. 이 장소가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바로 서점숙소만의 콘텐츠인 '오름에게'라는 모임을 하는 장소이기 때문이죠. 여기에 저녁 8시부터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주제를 정해서 돌아가면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하기도 하는 독특한 방식인데요. 저는 이틀을 묵었기에 '오름에게'를 두 번 참석했습니다. 형들은 피곤하다면서 쉬겠다고 하길래 저만 올라갔는데 덕분에 제가 가장 최연장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부담스럽지만 최대한 티 나지 않게 참여하려 노력했죠.


제 기준에서는 나이가 어린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뜻깊었는데요. '사랑'이라는 단어와 의미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각자가 가진 생각들과 고민들을 말하는 시간을 통해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직장 생활에 대한 애환을 말하는 분,

직장을 그만두고 5일 동안 제주도를 걸어서 돌면서 생각을 정리하던 분,

언니와 자신이 비교되어 힘들다고 고민을 토로하던 분,

제주도에 살면서도 이곳에 하루 묶기 위해 오신 분,

여자친구와의 음주 성향이 맞지 않아 애를 먹는 분,

반려동물에 대해 책임감이 진심인 분도 계시는 등 이틀 동안 열 명이 넘는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도 입을 쉬는 성향이 아니라 타이밍이 오면 놓치지 않고 열심히 떠들기는 했답니다.


보통 모든 기성세대는 자신보다 젊은 세대들을 치기 어리고 철이 덜 들었다며 낮춰보고는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20대와 30대 젊은이들을 만나보나 그건 어른들의 성급한 판단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일부 어른들보다 훨씬 더 생각에 깊이가 있고 책임감 있는 분들도 있어서였죠.


그런 점에서 이 모임은 시끌시끌하고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차분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시간이었기에 훌륭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뿐더러 추억을 많이 쌓게 해 준 곳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이틀 간의 숙박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출입문 앞을 살펴보니 충성스러운 투숙객들의 후기 글이 빼곡하게 붙어있어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경험을 직접 해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며 자주 오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죠. '내가 굳이 이렇게 글까지 서점숙소 홍보를 안 해드려도 될 듯한데?'하고 말이죠. 이렇게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많은 게스트하우스인데 더 많은 사람이 알면 되려 내가 다음번에 예약하기 힘들까 싶어서였죠. 즐거웠던 추억이 있었던 곳이니 감사의 마음과 함께 글을 남겨봅니다.


언젠가는 아이들과 방문해서 함께 대화를 나누는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죠. 책과 깊이 있는 대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하루에 10명 밖에 묵지 못하는 곳이니 참고하시고요.


마지막으로 이 글은 절대 돈 받고 쓰는 글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


한 줄 요약 : 차분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을 원한다면 제법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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