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되는 성격인지 또 한 번 새로운 경험을 위해 나섰습니다. 바로 사랑의 연탄 나눔 봉사를 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작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연탄봉사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단체에서 신청받아서 진행을 함과 동시에 개인봉사자들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하기 때문이죠.
지난주 토요일 활동도 선착순으로 공지를 한 뒤 새로 만든 카카오톡 단체방으로 들어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오후 5시에 20명으로 제한된 채팅방을 만들겠다고 한 뒤 들어오면 되는데요. 저는 3분 전에 알람까지 해놨습니다. 놀랍게도 2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만에 인원이 다 차버렸죠. 콘서트 티켓 경쟁도 아닌데 이 정도로 경쟁이 치열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번에 봉사활동을 하는 장소는 강남구에 있는 구룡마을이었습니다. 올해 초에 한 번 아이들과 경험했던 곳이어서 생소한 지역은 아니었죠.
아쉽지만 아이들은 다른 일정이 있어서 데리고 가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죠.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한 뒤에 바로 채비를 하고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어렵게 쟁취한(?) 봉사 기회다 보니 버릴 수 없었죠. 50분 걸려서 구룡마을 입구에 도착한 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활동을 위해 모여있는 인원이 너무 많아서였죠.
제가 속한 팀은 많이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 지역으로 배정이 되었습니다. 날씨가 포근한 편이어서 일하기에는 딱 좋더군요.
다만 10여 분 정도 걸어 올라가는 동안 보이는 광경은 아이러니했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집에 문에는 비닐이 덕지덕지 붙어있으며 보일러는커녕 연탄난로로 난방을 하는 판자촌과 수십억 짜리 아파트가 겨우 10분 거리에 있어서였죠. 조만간 개발이 된다고 기사가 자주 나던데 매끄럽게 마무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개인봉사자 팀은 총 네 가구에 각 200장씩 넣어드리면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첫 번째 집은 너무 좁아서 일렬로 서서 릴레이식으로 나르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두 장씩 전달했습니다. 장갑이 끼는 경우도 생기고 두 장 사이가 붕 뜨기도 해서 작년의 노하우를 기억해서 발휘하려고 애를 썼죠.
이번에는 인상적인 참가자들이 많이 보였죠.
말을 잘 안 듣는 듯해 보이는 사춘기 아들을 데리고 오신 어머님도 계셨고 아이 셋을 데리고 온 아빠도 계셨습니다. 친구들끼리 오신 분들도 계셨고요. 저도 혼자 갔지만 딱히 외롭진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이 계셨기에 다가가서 말도 걸고 사진도 함께 찍었답니다. 일을 가장 열심히 하신 듯한 분이셨는데요. 실제로 정말 열심히 해주셨는데 그 흔적이 거하게 남은 덕분에 그분의 모습은 봉사활동을 하는 내내 제 웃음 버튼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쌓여있는 연탄을 보니 본격적으로 난방을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 넣어드린 연탄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겠더군요.
마무리를 하고 여기저기 살펴보니 그래도 제법 일한 흔적은 있습니다. 워낙 강력한 멤버가 있기는 해서 티가 안 날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배정된 지역의 활동을 마치고 나니 딱 12시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어른들만 오는 평일날 활동보다는 효율은 좋지 않았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많이 와서 보기는 정말 좋았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기념사진촬영까지 잘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봉사를 할 때마다 나눠주는 마스코트 '탄이' 키링도 받을 수 있었죠. 이제 고작 두 번이라 제 1차 목표인 10개를 채우려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이 활동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런 활동을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지는 않습니다. 항상 저 스스로가 여러모로 부족한 인간임을 알기에 이런 일을 통해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용도로 씁니다. 간사하게 보일 수 있지만 자기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 말이죠.
그리고 마무리를 하고 나면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미약한 일이었지만 오늘 누구를 위해 따뜻하고 좋은 일은 했잖아. 나 조금은 괜찮은 인간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