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인 12월은 무언가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면서 되돌아보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예외적인 사태들이 연속적으로 생겨서 심란한 마음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본연의 할 일들은 또 해나가는 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지난주 오랜만에 헌혈의집을 찾았습니다. 몇 번 언급드렸지만 회사에서는 좋은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 헌혈휴가를 운영하고 있어서죠. 그렇지만 이 휴가를 적극적으로 쓰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만 해도 열 분 중에서 쓰시는 분은 딱 다섯 분 정도였으니까요. 어른도 주삿바늘이나 피를 뽑는 일을 두려워할 수 있으니 존중해 줘야겠죠.
저는 어린 시절 잔병치레가 많아서 주사를 자주 맞아서인지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그런지 피 뽑는 일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되려 제 피를 써야 하기에 약식으로라도 건강검진까지 해주니 그 또한 장점이 되기도 하죠.
이번에 간 방문하게 된 곳은 새로운 곳이었습니다.
그동안 방문했던 곳은
1. 동서울터미널센터(강변역)
2. 건대센터
3. 천호센터
4. 수유센터 정도였는데
이번에 다섯 번째로 잠실역 환승센터에 위치한 헌혈의집을 처음으로 가보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멀지도 않은 곳이었고 그 근처에서 일정도 있었던지라 잘되었다 싶었죠. 그런데 지도상으로 보이는 위치와는 다르게 찾는데 꽤 애를 먹었습니다.
결국 전화를 걸어서야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가본 적이 없는 방향이어서 헷갈렸던 모양입니다. 이번에 롯데월드타워와 함께 생긴 지하 버스 환승센터 옆이라 한 번만 와보면 찾기는 쉽겠더군요.
안으로 들어가서 확인한 잠실역센터는 그동안 갔었던 다른 헌혈의집보다 공간이 상당히 좁아서 놀랐습니다. 일단 헌혈을 할 수 있는 의자도 딱 네 개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빨리 채혈이 되는 전혈만 가능하다고 적혀있기도 했죠. 아무래도 공시지가가 가장 비싼 지역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다행인 점은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주삿바늘이 좀 덜 아팠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그런지 바늘을 꽂는 숙련도의 차이가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채혈을 하는 동안 잠시 고민을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기념품은 제일 실용성이 높은 커피교환권으로 선택했습니다. 이제까지 기념품으로 대부분 선택되던 해피머니상품권은 티몬 위메프 사건 이후로 완벽히 자취를 감췄더군요.
그런데 손톱깎이 세트는 왜 있는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는데 군인장병들이 휴가 복귀를 하기 전에 헌혈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념품을 많이 받아 간다고 하더군요. 부대 안에서는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그 이유를 듣고 나니 여러모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헌혈을 잘 마무리하고 나오면서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는 사실을 하나 확인합니다. 올여름에 헌혈의집이 세 곳이나 문을 닫게 되었다는 뉴스였는데요.
아이러니한 사실은 참여자가 점점 줄어서 혈액수급은 쉽지 않은 상황이고 센터까지 문을 닫고 있지만 의료대란으로 인해 수술이 줄어들어 수급에는 숨통이 좀 틔여있다는 소식이었죠. 나비효과라는 말이 새삼 실감 나는 이야기입니다.
올해 남은 기간 제가 누군가를 위한 좋은 일을 더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또 기회가 생긴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당연히 내년에도 마찬가지고요. 늘 그렇듯 따뜻한 마음들이 널리 퍼진다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테니까요.
한 줄 요약 : 거짓말 같아 보이겠지만 피 뽑는 일도 자주 하면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취미가 뭡니까?", "헌혈입니다."이 얼마나 멋진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