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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르세우스 Dec 09. 2024

내 아이는 학교 화장실을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얼마 전 학교운영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회의를 가졌습니다. 밀려있던 여러 안건들을 처리하기 위해서였죠.

학운위는 비정기적으로 2개월 내외로 한 번씩 열리는데 그때마다 5~10가지 정도 사안들을 다룹니다. 학부모회가 학부모들의 대표하는 모임이라면 운영위원회는 교원위원, 학부모위원, 지역위원이 모인 학교의 최고 의결기구인 셈이죠. 




운영위에서 의결하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헌장과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

예산안과 결산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교과용 도서와 교육 자료, 방과후수업 관련 사항 검토 및 결정

외부활동·교복·체육복·졸업앨범 등 학부모 경비 부담사항


예산은 워낙 숫자의 단위가 크고 용어도 생소해서 좀 어렵고 나머지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면 추가적으로 위원들의 건의할 사항들을 다루죠. 보통은 짧은 사담이나 덕담 정도로 훈훈하게 마무리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조금 묵직한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교내 화장실 이용 문제에 대해서였는데요.




둥이들이 가끔 하교를 한 뒤 가방을 던지고서는 화장실에 달려가고는 합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늘 물어보죠.

"그렇게 급하면 쉬는 시간에 가서 해결하지 왜 계속 참고 있었어?"라고 말이죠.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칸막이 화장실로 들어가는 순간 짓궂은 아이들이 옆 칸으로 들어가서 매달린 뒤 내려다보며 "야, 얘 X 싼다"라고 소리치며 다른 친구들을 부른다고 말이죠. 제가 건너서 들었던 이야기에 의하면 그 모습을 휴대폰으로 찍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모든 행위들은 명백한 학교폭력행위이며 법적인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운영위원회에서 했더니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선생님들이 너무 놀라시는 게 아니겠어요. 금시초문이었다는 표정이셨습니다. 한 선생님께서 예전에 그런 사례가 있어서 벌점과 학교 봉사를 준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줄은 몰랐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아이들이 초등생이었던 시절에도 이런 일은 꽤 있어왔습니다. 특히 5~6학년 고학년 학생들이 그러했죠. 저는 이미 그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둥이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적은 없어서 공론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학생이 되면 그런 짓은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겠거니 하며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에 다른 칸에서 옆칸 화장실을 쳐다보다가 학폭으로 징계를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신고를 하게 되었고 이는 성폭력 사안이 성립됩니다. 동성 간 사건이라도 성과 관련된 신고는 무조건 경찰청에서 수사관이 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 학생은 학교 봉사와 특별교육 조치를 받았지만 불복해서 행정심판까지 갔지만 원심을 뒤집지는 못했습니다. 



이렇듯 심각한 학교폭력행위인데 중학생이 되었음에도 일부 아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런 일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이상 내버려둬서는 되겠다는 판단에 이르렀죠.


어떤 아이들은 몰래 휴대폰을 화장실로 가져가 삼삼오오 모여 포르노와 같은 불법 성인물까지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실태지만 초등이나 중학교 모두 여자 선생님의 비율이 높은 데다 민감한 장소인 남자 화장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하기란 쉽지가 않은 상황이죠.




왜 이런 일이 있을 때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느냐고 물으실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합니다. 초5~중2 정도 남학생들 정도 된다면 이런 일들이 남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수치스러운 일이잖아요. 집에서 쉽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아이들도 많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 특히 엄마와 소통하는 일이 급격하게 어려워집니다. 주위에 계신 어머님들께서 공부보다 더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부분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문제는 계속되고 있으며 피해는 선량한 아이들이 받고 있는 셈이죠. 등교해서 그곳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못해도 7~8시간인데 큰일을 보러 화장실도 편하게 다니기 힘든 상황이라니 2024년의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초, 중학교 학생 자녀가 있거나 교직에 계신 분들이 계시다면 아이에게 한 번 조심스럽게 에둘러서 물어보세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런 일들을 목격한 아이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교장선생님께서는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설문조사를 비롯해서 구체적인 상황 파악을 해보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제대로 이 문제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 버리면서 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 부분이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 현장에서 이 부분을 좀 더 심각하게 다뤄주신다니 거기에 기대를 해봐야겠죠.


그리고 혹시라도 그런 일을 당하게 된다면 친구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부모와 소통하면서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한 줄 요약 :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해결되지 못하고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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