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캔과 페트병을 챙겨 나왔습니다. 근처에 있는 네프론이라는 수거 기계에 넣기 위해서였죠. 앱을 살펴보니 반납 가능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어서였죠. 이 기계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금세 가득 차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반납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고 나갔는데 허탕을 치고 오는 날도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기계를 이용하시더라고요. 지자체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설치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교 근처에 설치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실 저도 바쁜데 이런 번거로움을 굳이 감수할 필요는 없기는 합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매주 화요일에 분리수거를 하니까요. 그날 내다 버려도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캔과 플라스틱류의 재활용은 말만 재활용품이라고 불리고 있지 평소 제대로 분류가 되어 배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잡동사니들의 천국이었죠.
이곳만 그렇겠습니까.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그러하겠죠.
그러다 보니 돈은 둘째치고 제대로 수거해 가는 기계에 반납한다면 좀 더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죠. 존경스러운 제 이웃인 용기여사님의 실천처럼 저는 이쪽에 제대로 꽂혀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수개월여 동안 캔이나 페트병 하나를 넣으면 주는 10원씩을 모아보니 4,190원까지 도달했습니다. 419개나 넣었다는 의미죠. 게다가 이 시스템은 한 개의 계정에 하루 30개까지만 넣게 되어있습니다.
지금까지 20개씩 넣었다고 가정하면 21번이나 바리바리 캔과 투명 플라스틱 병을 들고 왔다 갔다 했다는 말이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유난스럽다 싶기도 합니다.
진짜 재미난 일은 지금부터입니다.
며칠 전에도 22개의 캔을 챙겨서 반납 장소인 청소년수련관으로 찾아갔습니다. 네프론이라는 기계가 집에서 걸어서는 15분, 자전거로는 5분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 다른 일을 보고 오는 길에 들러서 반납하게 된 상황이었죠.
광진 청소년수련관에 주차를 하고 챙겨간 스물두 개의 캔을 기계 안에 넣습니다.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테니 후딱 하고 집으로 가자고 생각했죠. 다행히 캔 쪽에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반납을 하고 하니 220원이 적립되었다는 메시지도 나옵니다.
기쁜 마음으로 주차장으로 와서 차를 돌려 나가려고 했죠.
그런데~
그르으은데~
차가 주차장 출구 앞을 지나가려 하니 차단봉이 열리지 않는 것이 아니겠어요! 청소년수련관은 공공기관이니 10분 정도면 무료로 회차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10분이 넘었던 모양입니다. 옆을 쳐다보니 덩그러니 500원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더군요.
어쩔 수 없이 카드로 500원을 결제하고서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찾아가서
220원을 벌고
주차비로는 500원을 사용했으니 이 활동으로 얻은 제 최종 수익은
-280원입니다.
제 인건비나 유류비는 제외했으니 최근에 했던 활동 중에 가장 비효율적이며 비경제적인 활동이었죠. 하지만 화가 난다거나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미약하나마 환경을 위해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요. 그리고 이런 에피소드 너무 재미있잖아요.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이 에피소드를 들려주니 녀석들도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죠.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해볼까 합니다. 만 원까지 채워봐야죠. 그런데 나중에 진짜 만 원이 되면 그 돈 아까워서 쓸 수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반납하는 습관은 자리 잡았으니 환경을 위한 새로운 습관을 또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조금씩은 나아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