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최근 수능 탐구영역에서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분위기는 바로 사회탐구영역에 대한 높은 신청률입니다. 올해 치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사회탐구 선택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올해 수능 탐구 영역 응시자 중 77.3%가 1과목 이상 사회탐구를 선택했습니다. 2027학년도 수능에서는 사회탐구 응시자가 8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매우 높죠.
이른바 '사탐런' 현상입니다.
'사탐런'이란 이공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과학탐구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달아나는(Run) 현상을 말합니다. 수치로 보면 더욱 이 추세는 극명합니다. 2025학년도 수능에서 사회·과학탐구를 선택한 수험생 비율을 보면 사회탐구만 고른 학생이 51.8%, 과학탐구만 선택한 학생이 37.9%였습니다.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를 1개씩 조합한 학생은 10.3%로, 지난해에 비해 약 3배 늘었습니다.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전형을 운영하라고 권고하면서 대학들이 자연계열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하기 시작한 2025학년도부터 확대됐습니다. 고려대를 포함한 주요 대학들이 자연계열에서도 사회탐구 점수를 과학탐구와 동일하게 인정하면서, 학생들은 합리적 선택을 했습니다. 같은 점수라면 더 적은 노력으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대학별 입시요강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들은 과학탐구로 수능을 치른 학생을 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무관하게 입시의 유불리만으로 과목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는 정부의 과학인재 양성 정책과도 정면으로 상충된다는 점에서 가볍지 않습니다.
올해부터 고교 과정에서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이 통합된 교육과정을 학습한 학생들이 입학했습니다. 이에 맞춰 일부 대학 공대는 전공 기초 필수 과목인 '일반 물리학 및 실험 I'과 '일반 화학 및 실험 I'에 고교 과정을 추가했습니다. 공대 교수님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요즘 물리나 화학, 미적분 등 학과 수업에 꼭 필요한 고교 필수과목을 아예 접해본 적도 없는 경우가 유독 많다"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기에 신입생들은 입학 후 대학 기초 과목을 바로 수강하기엔 불가능합니다. 어쩔 수 없이 전공 커리큘럼이 변경될 수밖에 없죠. 이런 실태는 서울대의 신입생 수학 반 배치 현황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미적분학을 대학에 가서 배우고 있으니 결국 학업 수준은 뒷걸음질 치게 된 셈입니다.
정부는 과학인재 양성을 외치면서 예산도 늘리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과 과학의 기초 역량이 부족한 신입생들은 전공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학과와 적성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는 중도 이탈로 이어져 학생들의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게 만듭니다. 단기간에 어느 정도의 지식 습득은 가능하겠지만, 정규 교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어려운 문제와 씨름하면서 얻어지는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은 습득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2028학년도 수능부터는 통합과학, 통합사회로 수능이 치러집니다. 모든 학생은 사회, 과학을 함께 응시하게 되며, 기존에는 사회 9과목, 과학 8과목 등 17과목 중 최대 2과목을 선택했는데, 앞으로는 통합사회·통합과학으로 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수학 영역에서 기존 미적분에 해당하는 미적분 Ⅱ와 기하가 출제 범위에서 제외되면서 현장에서의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고교학점제로 시끄러운 2009~2012년생 학생들은 제도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그 적용을 받지 못합니다. 이 논란 많은 제도로 입시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교육이 이렇게 자주 바뀌는 건 창피한 일입니다. 핀란드는 1960-70년대 대대적인 교육개혁 이후 기본 골격을 유지하며 꾸준히 개선해 왔고, 2016년에도 "평등한 교육 방식을 크게 개편하지 않는다"라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독일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수준별 중등학교로 진학하는 조기 분리 시스템을 수십 년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보완해 왔습니다. 이들 나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천천히 개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입시 관련 논의들이 잘 마무리되어 최대한 많은 학부모와 학생, 교육 현장이 만족하는 제도로 나아가고 그 제도가 온전하고 튼튼하게 자리 잡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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