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간 제주도 여행기 2탄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1탄에 이어 2탄 바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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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의집'에서 한 번에 두 가지 메뉴를 먹은 저는 든든해진 배를 두드리며 원래 계획했던 경로를 완벽하게 틀기로 했습니다. 애월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큰길이 있어서 그리 가기로 마음먹었죠.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지고 인적도 드문 데다 간간이 감귤농장이나 말(馬)을 키우는 곳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30분쯤을 올라갔을까요? 제법 넓은 부지에 차들도 꽤 주차된 카페 한 곳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제주빵집'이라는 곳이었죠. 빵집이라고 이름은 붙어있지만 무조건 커피를 팔 테니까 겸사겸사 후식을 먹으러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원래 제가 이렇게 과식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이번 여행은 내 배가 얼마나 견디는지를 테스트해 보는 기회로 삼아보자고 마음먹었죠.
내부로 들어오니 여러 가지 종류의 빵들이 저를 맞아줍니다. 평소 제가 좋아했던 종류의 빵들도 제법 있는데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해물라면과 물회, 두 그릇을 먹은 지 고작 한 시간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단 조금이라도 걸어서 소화를 시키려고 빵집 내부를 찬찬히 둘러봅니다. 꽤 널찍한 공간에 창문도 많고 천정은 높아 개방감이 좋은 곳이더군요. 메뉴도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단출한 편입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에그타르트 하나와 제주말차를 골랐습니다. 점심때 이후로는 원래 카페인이 든 음료를 마시지 말자고 결심했지만 여행은 역시 이런 결심을 흔들리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금기를 깼죠. 에그타르트는 맛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의 빵이었기에 하나 골라봤습니다. 바로 옆에는 빵을 데울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와 오븐도 따로 있고 식기류를 두는 곳도 있더군요.
자리를 잡고 평소에 비해 부담스러운 후식을 즐기려는 데 빵집 바깥의 광경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리고 뭔가 속도가 빠르게 움직이는 실루엣이 보이더군요. 알고 보니 이 카페는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강아지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었죠.
볕도 좋고 강아지들 구경도 하고 싶어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가방과 에그타르트 접시와 말차 머그잔을 들고 말이죠. 그런데 잠시 옷을 추스르기 위해 화단의 낮은 담 위에 접시와 머그잔을 올려두는 순간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근처에 있던 냥이 한 마리가 위로 점프를 하더니 에그타르트 접시를 차지했기 때문이었죠. 단 3초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일단 동물을 좋아하면서도 무서워했던 저는 접시를 다시 빼앗을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라고 하는데 고양이라고 건드리면 될까요? 에그타르트 하나에 모험을 할 정도로 저는 어리석지 않았죠. 대신 이 에그타르트를 상납하고 너를 내 글감으로 이용하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접시를 빼앗겠다는 생각 대신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기 시작했죠.
냥이는 정확히 에그타르트의 계란 부분만 집중적으로 핥았습니다.
그렇게 1~2분 정도 먹더니 금세 질려버린 모양입니다. 잠시 접시를 쳐다보더니 뒤로 물러납니다. 가까이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인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죠.
'나 다 먹었으니 이제 남은 건 너 먹어라'는 식으로 고양이가 떠나버린 담장 위에는 덩그러니 접시만 남아있었습니다. 고양이가 훔쳐먹었다고 말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비주얼로 말이죠.
더 큰 충격은 이 녀석이 길냥이처럼 보임에도 빵집 분들이 챙겨놓으신 밥그릇이 따로 있었다는 점입니다. 먹이를 수북하게 담아놓은 그릇이 그 심증을 더욱 굳혀줬죠. 그래서 제 에그타르트 역시 능숙하게 갈취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물론 에그타르트를 한 점밖에 못 먹었지만 진귀한 촬영물이 남았으니 그리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습니다. 고양이가 에그타르트를 먹어도 되는지 말이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안 되니 안에서 일하시는 분께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저 혹시 저기 있는 고양이가 제 에그타르트를 먹었는데 괜찮을까요?"
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여쭤봤는데 그분은 고자질처럼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아, 정말 죄송해요. 집 없는 녀석이기는 한데 저희가 밥을 챙겨 주고는 있어요."
"저는 괜찮아요. 고양이가 많이 먹지는 않았는데 걱정이 되어서 한 번 여쭤봤어요"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오려는데 그분이 카운터로 가시더니 거기 직원분께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ㅇㅇ야, 이 분 타르트 하나 따로 테이크아웃 해드려."
그렇습니다. 이분은 사장님인 것이었던 것이었죠.
결국 저는 이미지(동물을 걱정하는 마음)와 실리(에그타르트, 재미있는 글감 확보)를 모두 챙기고 유유히 제주빵집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더 높은 지대로 향했습니다.
(3탄에서 이어집니다)
3탄의 가제 : 천왕사와 천아계곡, 비교 체험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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